산소통 달고 나온 CEO에게 '연봉 940억' 준 미국 기업

입력 2017-06-06 19:33
수정 2017-06-07 05:15
미국 철도 CSX의 헌터 해리슨
업계 CEO 경력만 20년
주주들, 건강 우려에도 신뢰


[ 김현석 기자 ] 72세의 최고경영자(CEO)가 주주총회장에 산소통을 달고 나타나 8400만달러(약 941억원) 연봉을 승인받았다. 미국 3대 철도회사 중 하나인 CSX의 헌터 해리슨 CEO(사진) 얘기다. 1993년부터 철도회사 CEO를 맡으며 구조조정을 성공시켜온 그가 CSX로 옮겨온다는 소식에 CSX 주가는 지난 1월부터 50%가량 폭등했다.

CSX는 5일(현지시간) 주총에서 참석 주주의 93%가 해리슨 CEO의 8400만달러 규모 연봉 패키지에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CSX는 미국 동부와 캐나다에서 철도를 운영하는 회사다. 본사가 있는 플로리다 주(州) 잭슨빌 주총장에 산소통을 달고 나온 해리슨 CEO는 “건강에 문제가 없다”며 “회사를 턴어라운드시킬 자신이 있다”고 주주들을 설득했다. 그는 자세한 몸 상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장기 출장을 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CSX 경영에는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8400만달러엔 경쟁사 캐나디안퍼시픽레일로드(CPR)가 박탈한 보너스에 대한 보상금이 포함돼 있다. 그는 1월 CPR CEO를 갑작스레 사퇴했다. CSX 경영에 뛰어든 행동주의 헤지펀드 맨틀리지에 합류하기 위해서다. CSX가 맨틀리지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3월 CEO에 선임됐다.

해리슨 CEO는 지난 석 달간 큰 변화를 불러왔다. 노선을 대대적으로 바꾸고 스케줄을 조정해 대기하던 기차를 대폭 줄여 정시 출발 비율을 높였다. 운행 효율화를 축으로 한 이 계획을 그는 ‘정확한 철도운송 전략’이라고 부른다.

해리슨은 1993년 일리노이중앙철도 CEO를 시작으로 줄곧 철도업계 CEO를 맡아왔다. 2003~2009년 캐나다국영철도(CN) CEO를 지냈고, 2012년부터 올해 초까지 CPR CEO로 일했다. 그는 CPR, CN에서도 ‘정확한 철도운송 전략’을 통해 실적을 끌어올렸다. 이를 바탕으로 두 번이나 북미 철도업계 올해의 CEO로 뽑혔다.

해리슨 CEO의 건강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2015년 폐렴을 앓았으며 다리 수술도 받았다. 종종 회사에 출근하지 못해 재택근무를 하기도 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