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업체, 시장 전망 너무 보수적"
'큰손' 아마존웹서비스, 삼성·SK에 생산 확대 강조
스타트업 급증·인공지능 확산 등 메모리 수요 폭발
D램가 최근 횡보…반도체 경기 추세에 변수될까
[ 노경목 기자 ]
“한국 업체들은 시장을 너무 보수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한국 업체들 예상보다 2~3배는 더 빠르게 성장할 것입니다.”
최근 방한한 루이스 파딜라 이사(사진) 등 아마존웹서비스(AWS) 관계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고위 임원들을 상대로 거의 질책(?)에 가까울 정도로 자신들의 시장 전망을 강조했다. 서버용 메모리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양사에 공급 확대를 강력히 요청하면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계열사인 AWS는 세계에서 가장 큰 클라우드 서비스업체로 관련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한 서버용 메모리의 ‘큰손’이다.
◆꿈틀거리는 서버시장
일반인이 이메일이나 웹하드에 기가바이트 규모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것은 해당 데이터의 서버 저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신사 등의 클라우드 서비스 발달로 서버에 저장하는 데이터는 영화부터 게임까지 갈수록 용량이 커지고 있다. 그만큼 데이터 저장에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커질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업체 IHS가 2015년 118억달러였던 서버용 메모리 시장 규모를 2021년 280억달러로 크게 높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아마존은 이마저도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평가했다. 파딜라 이사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창업 급증 △정부 기관의 데이터 이전 △인공지능(AI) 서비스 확산 등을 이유로 들었다. 2014년 이후 세계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30~40%씩 급성장하고 있다. 대부분 스타트업은 고객이 모바일이나 웹을 통해 자사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서버와 데이터센터를 필요로 한다. 이 과정에서 AWS와 같은 대형 클라우드 업체의 서버를 활용한다. 정부 기관들도 클라우드 업체의 보안성과 서비스 안정성에 신뢰를 보내며 공공 데이터를 맡기고 있다.
AWS만 해도 세계에서 정부 기관 2300여 곳과 교육기관 7000여 곳 등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스마트폰 갤럭시S8의 음성인식 AI 빅스비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구현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AI가 스스로 학습하는 초기에는 연산을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의 역할이 크지만 학습량이 쌓일수록 이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가 중요해진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경기 어디로?
작년 6월 DDR4 4기가비트 칩을 기준으로 1.5달러 안팎이던 D램 값은 올초까지 급등한 뒤 3월부터 3.4달러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수요자인 PC 제조업체 등의 가격저항이 만만치 않은 데다 메모리 가격 상승을 주도하던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수요도 조금씩 줄고 있기 때문이다. 올 3분기 이후 반도체 호황이 꺾일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반도체 경기의 방향성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버용 메모리 수요 증가가 반도체 경기 하락을 막아내는 안전판 역할을 해낼지 주목된다. 올해 28% 정도인 서버용 메모리의 시장 비중은 내년에 32%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방한한 AWS 관계자들은 “부품 단가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스마트폰과 달리 서버는 고객에게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공급 확대를 거듭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애플과 아마존 등이 일본 반도체회사인 도시바 매각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서버용 메모리를 안정적으로 구매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있다.
서버에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는 PC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것보다 품질이 높고 그만큼 가격도 비싸다. 대용량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저장하면서도 불특정 다수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출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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