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애국' 22차례 언급…"이념·편 가르는 정치 청산하겠다"

입력 2017-06-06 19:19
현충일 추념사서 '보수·진보 없는 통합' 강조


[ 손성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낭독한 추념사를 관통하는 핵심어는 ‘애국’이었다. 진보 보수 가릴 것 없는 애국심이 대한민국의 100년 역사를 지탱해온 버팀목이었음을 강조함으로써 탈(脫)이념의 통합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우리 국민의 애국심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없었을 것”이라며 “애국이 그 모든 시련을 극복해냈다. 지나온 100년을 자랑스러운 역사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애국’으로 통합메시지 전달

문 대통령은 A4 용지 넉 장 분량의 추념사를 통해 ‘애국’이라는 단어를 22차례 언급했다. 굴곡의 현대사 속에서 조국을 위한 헌신과 희생뿐만 아니라 경제 근대화의 디딤돌을 놨던 국내외 노동자들의 애국심이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정신적 원동력’임을 재차 강조했다. 국민 모두를 ‘애국자’라고 언급한 것은 한국 사회의 이념적 갈등과 정치적 편 가르기를 극복하고 치유하기 위한 중심 화두로 삼기 위한 취지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애국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모든 것”이라며 “국가를 위해 헌신한 한 분 한 분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보수와 진보로 나눌 수도 없고, 나누어지지도 않는 그 자체로 온전한 대한민국”이라고 역설했다. 애국을 보수의 전유물로 여겼던 사회 저변의 관행적 인식에 선을 그으면서 민주화와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희생당한 진보 인사들과 근대 산업화 과정에서 헌신한 파독 광부와 간호사, 봉제공장 여성 노동자 등도 애국자로 규정하고, 이들을 추모와 존중의 대상으로 명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탈이념적 역사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애국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그 모두가 애국자였다”며 추념사 말미에는 ‘순국선열’ ‘호국영령’과 함께 ‘민주열사’를 같은 반열에 올려놓기도 했다.

추념사 곳곳에 ‘태극기’라는 단어도 통합을 위한 상징어로 동원됐다.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가의 품속에 있던 태극기가 고지쟁탈전이 벌어지던 수많은 능선 위에서 펄럭였다”며 “파독 광부·간호사를 환송하던 태극기가 5·18과 6월 항쟁의 민주주의 현장을 지켰다”고 말했다. 또 서해교전과 천안함 사건을 떠올리며 “서해 바다를 지킨 용사들과 그 유가족의 마음에 (태극기가) 새겨졌다”고 덧붙였다.

보훈정책의 새틀짜기 선언

문 대통령은 애국을 통치에 활용하는 구시대적 정치를 청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전쟁의 후유증을 치유하기보다 전쟁 경험을 통치 수단으로 삼았던 이념의 정치, 편 가르기 정치를 청산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훈이야말로 국민통합을 이루고 강한 국가로 가는 길임을 분명히 선언한다”며 보훈정책의 기조변화를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뒤집힌 현실은 여전하다”며 “애국의 대가가 말뿐인 명예로 끝나서는 안 된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면 보상받고 반역자는 심판받는다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국회가 동의해 준다면 국가보훈처 위상부터 장관급 기구로 격상하겠다”며 “국가유공자와 보훈 대상자, 그 가족이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가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추념식 행사를 마치고 중앙보훈병원을 찾아 애국지사와 공상군경을 위로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