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세 멈췄다

입력 2017-06-06 18:53
수정 2017-06-07 06:42
이달 들어 압구정동 거래 전무
고덕주공6 호가 500만원 하락…개포주공도 호가 제자리걸음

정부 부동산 안정책 예고 영향…"단기 조정 후 재상승" 전망도


[ 설지연/김형규 기자 ]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달 들어 멈췄다. 5월 한 달간 수천만원에서 1억원씩 뛰었지만 이달 들어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거래량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정부가 부동산 안정 대책을 예고하자 매도자들이 매입을 뒤로 미루고 있어서다.

◆압구정동 이달 들어 거래 실종

6일 서울 압구정동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달 50여 건이 거래된 현대아파트 단지에선 이달 들어 매매 계약이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달 하루에 두세 건 거래가 일어나며 실거래가가 최고 1억원가량 뛰었던 곳이다.

인근 연세공인의 김종도 대표는 “지난달 매매 계약이 한 건 성사될 때마다 동일 평형 호가가 5000만~1억원씩 오르더니 지난주부터 호가 상승세가 멈췄다”며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을 예고하자 매수 대기자들이 추격매수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올초 32억원 안팎에 거래되던 한강변 구현대 1차 전용 197㎡ 주택형은 지난달 37억3000만원과 38억1000만원에 잇따라 팔리며 사상 최고가 행진을 거듭했다. 그러나 지난주부터는 매도 희망가가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있다. 압구정동 A공인 관계자는 “현재 집값이 꼭지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며 “당분간은 크게 오르지도 확 떨어지지도 않는 보합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재건축 진행 속도가 빠른 개포동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개포주공 1단지 전용 42㎡ 호가는 11억8000만원 수준으로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한 달간 호가가 10억8000만원에서 11억8000만원으로 뛴 주택형이다.

개포동 남도공인 이창훈 대표는 “당장 가격이 빠진 급매물이 나오진 않지만 지난주 금요일부터 하루 문의나 계약 건수가 5월과 비교해 반토막 났다”며 “하루에 1000만~2000만원 가격이 올라도 추격매수하던 지난달과 달리 매수자들이 호가가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도 “이번주를 지나면 500만~1000만원 내린 매물이 등장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강동구에선 호가 일부 하락

지난달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값 상승률을 기록한 강동구에선 일부 호가를 낮춘 매물이 등장했다. 이달부터 이주비 신청을 받는 강동구 고덕주공 6단지가 대표적이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대책 예고에 마음이 급해진 일부 조합원이 지금이 꼭지란 생각에 호가를 500만~1000만원 낮춘 급매물을 내놨다”고 전했다. 상일동 강동명문공인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대책 발표 전에 팔려는 매도자와 가격이 떨어진 매물을 찾는 매수자 사이에 거래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 시기가 확정된 둔촌주공아파트의 상승도 멈췄다. 지난달 하루에 1000만원씩 뛰며 실거래가 9억원을 찍은 둔촌주공아파트 전용 51㎡는 지난주부터 9억~9억1000만원 선에서 시세가 고정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향후 나올 규제의 강도에 따라 단기 조정폭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다음달 기준을 새로 정하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2014년 8월 완화 이전 수준으로 강화되면 부동산시장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며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도 있어 최근 과열 현상을 보인 강남 재건축 등 고가 주택은 물론 청약시장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충격을 받았다가 다시 회복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내년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가 부활하면 서울에서 재건축이 사실상 중단될 것”이라며 “만성적인 공급 부족 상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 서울 집값이 떨어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설지연/김형규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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