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답변서 살펴보니
법인·소득세 올리기보다 비과세·감면 조항 정비
실효세율부터 우선 인상
환경·안전 침해사항 등 수정, '규제프리존특별법' 통과를
담배에 매기는 개별소비세, 지방세 전환은 부작용 우려
[ 황정수 기자 ]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소신이 뚜렷하고 고집이 세다는 평가를 받는다. 함께 일해본 후배들 사이에서 “김 후보자는 그립을 굉장히 세게 잡는다(본인 뜻대로 정책을 컨트롤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7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김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도 이런 성향이 묻어났다. 예컨대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최근 ‘종교인 과세 2년 유예’를 들고 나왔지만 김 후보자는 “내년 시행이 예정돼 있다”며 원칙을 내세웠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청문회 때 국회 통과 필요성을 주장한 ‘규제프리존특별법’과 관련해서도 “환경·안전 침해 등의 우려를 최소화하는 게 먼저”라는 뜻을 나타냈다.
◆“증세 여력 충분하다”
김 후보자는 답변서에서 문재인 정부의 ‘증세 기조’를 재확인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에 비해 낮은 한국의 조세부담률을 감안할 때 ‘증세 여력’은 충분하다는 게 김 후보자의 판단이다.
다만 명목세율 인상보단 실효세율 인상이 먼저란 견해를 나타냈다. 예컨대 소득세 최고세율 상향과 관련해선 자본이득·금융소득 과세 강화, 비과세·감면 정비를 우선 시행한 뒤 고민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2016년 인상된 소득세 최고세율이 올해부터 적용되는 점 등을 고려해 세율 인상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인세 관련 견해도 비슷했다. 김 후보자는 법인세율 인상에 대해 “대기업 비과세·감면 축소 등을 통한 법인세의 실효세율 인상을 우선 추진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수도권 주택시장 모니터링”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이 언급한 ‘종교인 과세 2년 유예’에는 원칙론으로 대응했다. 김 후보자는 “종교인 과세는 2018년 1월1일부터 시행하도록 결정된 사항으로 안다”며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답변서에 적었다. 시도지사협의회가 요구하는 담배 개별소비세의 지방세 전환에 대해선 “지방재정 확보 목적으로 담배 소비를 유도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선을 그었다.
부동산 과열 현상과 관련해선 대응 의지를 나타냈다. 김 후보자는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은 대선 기간 관망세가 끝난 뒤 서울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강남 4구, 재개발이 활발히 이뤄지는 마포, 용산 등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서울을 중심으로 시장 동향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관계부처와 협의해 안정조치 등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답변서에 적었다. 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에 대해서는 “가계부채 추이 증가를 봐가며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필요한 상황 있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는 “일부 비정규직이 필요한 상황은 고려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김 후보자는 “출산 육아에 따른 휴직 근로자 대체, 전문직 프리랜서 등은 유연한 근로 형태가 필요하고 바람직한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정부의 중점 과제였던 ‘규제프리존특별법’에 대해선 “환경·안전 침해 등의 우려 때문에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지난달 이 총리가 청문회 때 법 통과 필요성을 강조한 것과 다소 차이가 있다. 이 밖에 김 후보자는 소비자 이익을 위해 휴대폰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해야 하고 국민건강보험의 민영화는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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