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방문한 국립요양원 가보니…"어울려 살면서 서로 보듬고 치유하는 공간"

입력 2017-06-05 14:46
수정 2017-06-05 15:00

지난달 31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 세곡동 서울요양원. 실버체조시간이었다. 레크리에이션 강사의 구령에 맞춰 어르신들은 기지개를 펴고 손뼉을 쳤다. “활짝 웃으면서 안면 근육을 풀어보세요”라는 말에 강당은 금세 웃음소리로 가득찼다.

2014년 11월 문을 연 이곳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정부가 운영하는 요양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서울 강남 세곡동 범바위산자락 아래 284억원을 들여 4층 짜리 요양원을 지었다. 이곳 환자 150명 중 79%(117명)가 치매를 앓고 있다. 중증 치매 환자를 기피하는 민간 요양원과 달리 이곳은 상태가 나빠도 선착순으로 입원하기 때문이다.

국공립 요양원은 최신 시설과 다양한 프로그램, 높은 서비스의 질을 이유로 선호도가 높다. 비영리목적으로 투명하게 운영되고 관리 감독이 철저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요양보호사들의 근무 여건도 좋은 편이다. 정원 150명인 이곳에는 요양보호사 70명이 근무하고 있다. 보호사 한명이 어르신 2.1명을 돌보는 셈이다. 반면 일부 민간 요양원은 보호사 한명당 8~10명을 돌보기도 한다. 실제로 이곳에서 마주친 요양보호사들이 밝은 얼굴로 먼저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박해구 서울요양원장은 “이익을 내야하는 곳이 아니다보니 민간 시설보다 인력도 많고 교대근무, 휴가제도 등이 잘돼있어 서비스의 질이 높다”고 했다.

작년 7월에는 치매 전담실이 생겼다. 상태가 비슷한 치매 노인을 모아 인지 기능의 회복을 돕는 곳이다. 그동안 같은 치매 환자라도 증상이 다른 노인들이 한 공간에 섞여있어 맞춤형 돌봄이 어려웠다. 치매 전담실은 일반 가정집처럼 방과 거실로 꾸며져있다. 이곳에서 환자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종이접기, 바둑과 같은 취미생활도 같이 한다. 거실 한켠에는 미술, 볼링, 원예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짜여진 한달치 시간표가 붙어있었다. 박 원장은 “이곳에서는 정상이 아니든, 기억이 나지 않든 상관이 없다”며 “서로 어울려 살아가면서 보듬어주고 치유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치매 전담실에 입원하려면 건보공단에 신청해 노인장기요양보험등급을 받아야 한다. 혼자 걷지 못해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하는 1등급은 치매 전담실을 이용할 수 없다. 2~5등급으로 거동이 가능한 노인이어야한다. 일반실에 머물 땐 2등급 노인이 월 58만5360원을 내지만 치매 전담실에 머물려면 66만2400원으로 7만7000원 가량을 더 부담해야한다. 치매 전담실을 이용하고 싶어도 전국에 설치된 곳이 적어 입소가 쉽지 않다. 서울요양원에서도 환자 150명 중 12명만 치매 전담실을 이용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 치매 전담실을 마련한 곳(33곳)은 전국 노인요양시설의 0.6%에 불과하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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