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소속사 전속계약 7년 못넘도록
공정위가 표준계약서 만들었기 때문
[ 임현우 기자 ] 금주의 시사용어 - 공정거래위원회
독점과 불공정거래에 관한 사안을 다루는 중앙행정기관. 기업을 조사하고 제재 수위를 심의·의결하는 권한을 갖고 있어 일명 ‘경제검찰’이라 불리기도 한다.
요즘 가요계에선 아이돌의 ‘7년차 징크스’라는 말이 회자된다. 데뷔 후 7년을 채운 아이돌 그룹들이 약속이나 한듯 줄줄이 해체 선언을 하고 있어서다. 최근 씨스타를 비롯해 2NE1, 원더걸스, 포미닛, 비스트, 레인보우, 카라, 엠블랙, 제국의 아이들 등이 활동을 마무리했다. 국내외 K팝 팬들에게 아쉬운 소식일 뿐 아니라 주식시장에 상장된 연예기획사 주가까지 출렁이게 한 뉴스였다.
7년차 징크스가 생겨난 배경에는 좀 생뚱맞게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있다. 2009년 공정위는 연예인과 소속사의 전속계약 기간이 최장 7년을 넘지 못하게 하는 ‘표준계약서’를 도입했다. 이때부터 기획사들은 가수들과 7년짜리 계약을 맺기 시작했고, 지난해를 기점으로 이들 계약이 무더기로 만료되면서 해체 소식이 늘어난 것이다.
공정위는 독점이나 불공정거래를 감시·제재하는 것을 핵심 업무로 하는 정부 행정기관이다. 기업을 조사하고 검찰에 고발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어 이른바 ‘경제 검찰’로 불리기도 한다. 공정위가 연예인 전속계약까지 개입한 것은 소속사들의 ‘갑질’이 심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당시 기획사들은 데뷔를 앞둔 연습생에게 10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강요하는 일이 많아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표준계약서는 연예계에만 있는 게 아니다. 공정위는 기업의 하도급 거래, 프랜차이즈 가맹, 대리점 계약 등에도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각종 금융 거래는 물론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학원, 학습지, 어학연수, 온라인 게임 등에서도 공정위가 정한 표준약관이 기준이 된다. ‘시장 질서 확립’을 명분으로 내세운 공정위의 이런 조치들은 때때로 ‘과도한 개입’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편의점, 빵집, 카페 가맹점에 대한 거리 제한 규제 등이 대표적 사례다. 또 공정위가 기업에 부과했다가 소송 패소 등으로 취소한 과징금이 지난 5년 동안 1조원에 육박한다.
공정위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행정기관 중 하나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때부터 공정위의 위상과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혀 왔다. 중소기업 쪽은 “대기업에 유리한 거래 관행이 바뀔 것”이라며 환영하는 반면 대기업 쪽은 “공정위의 힘이 비대해지면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경제계 내에서조차 찬반이 엇갈려 조직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논쟁이 예상된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