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 절반, 30대에 시작한 연구로 수상
한국도 젊은 과학자들이 '자신만의 연구'할 기회 늘어야
IBS 영사이언티스트펠로, 창의적 연구 지원
논문 안써도 상관 없어
[ 박근태 기자 ]
중국과 일본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여파로 신분이 불안정해진 외국인 과학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1000 탤런트 펠로십’이란 유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연구자의 국적을 불문하고 중앙 정부에서 연간 3억원, 지자체나 대학에서 매칭 형태로 3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자동차와 집까지 주는 파격적인 대우를 하고 있다. 한국에도 연간 1억3000만원씩 최대 5년간 박사 학위를 받은 젊은 과학자를 지원하는 대통령 박사후연구원 펠로십 프로그램이 있다. 그러나 한 해 5000명이 넘는 이공계 박사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김두철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사진)은 “박사 학위를 딴 뒤 5년 이내가 연구자가 가장 창의적이고 연구 의욕이 높은 시기”라며 “이 시기에 연구 경력이 단절되지 않고 독창적인 연구를 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노벨과학상 수상자 중 절반가량이 30세 전후에 개척한 연구 결과로 상을 받았다”며 “30대 전후가 연구자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26세에 특수상대성이론과 ‘광전 효과’를 발표했고 2013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피터 힉스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는 36세에 힉스 입자의 존재를 주장한 최초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젊은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도전하고 다음 진로로 나아갈 커리어 패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8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케네스 윌슨 코넬대 교수는 청년과학자를 기르는 원리와 철학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윌슨 교수는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공대에서 노벨상 수상자인 머리 겔만 교수 밑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코넬대 물리학과 조교수로 부임했지만 6년간 논문이 없었습니다. 1970년에 들어서자 노벨상을 받은 재규격화 이론을 설명한 독창적 논문을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학교가 믿고 기다려준 겁니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와 일본 이화학연구소, 미국 하워드휴스연구소 등 잘나가는 연구소들은 청년 과학자의 독립적인 연구를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IBS도 지난해부터 40세 이하 젊은 과학자의 자유로운 연구를 지원하는 영사이언티스트펠로(YSF)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지난해 12월 첫 기수로 일곱 명의 30대 연구자를 선정했다. 이들에겐 최대 5년간 연간 1억5000만~3억원의 연구비가 지원된다.
IBS는 기초과학 집단연구를 통해 한국의 기초과학 역량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설립됐다. 김 원장은 “IBS는 출범하면서 기초과학을 탐구하는 대규모 연구단뿐 아니라 청년 과학자를 육성하는 것도 주요 목표로 삼았다”며 “연구단을 이끄는 연구단장 29명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IBS는 지난달 말까지 올해 YSF 지원자를 모집했다. 올해는 지난해(134명)보다 많은 159명이 지원했다. 김 원장은 “예산 상황을 반영해 매년 10명 안팎을 선정해 2021년까지 50명의 YSF를 뽑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YSF에 선정된 과학자들에게 철저히 연구 내용만 살펴보겠다고 약속했다. 논문을 쓰든 아이디어를 발표하든 해당 분야 국내외 석학들에게 인정받기만 하면 된다. YSF프로그램을 마친 젊은 과학자 가운데 연구 성과가 뛰어난 사람에겐 대학이나 연구소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 연구실을 조성할 비용도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연구소나 대학에 들어간 신진 연구자들은 처음 1~2년간 연구실을 세팅하느라 시간을 보냅니다. 이들이 세계적 연구자로 성장하도록 밑거름을 깔아주는 게 선배 연구자들의 몫이라고 봅니다.”
대전=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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