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눈] 농산물은 절대 공짜가 아니다

입력 2017-06-0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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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손도 빌린다’는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았다. 가뭄이 걱정이다. 한낮의 뙤약볕은 어떤가. 그러나 그 끝에는 풍성한 수확의 기쁨이 있으니 뙤약볕 정도는 대수가 아니다.

이렇게 수확한 농산물을 주변 분들과 나누다 보면 무조건 공짜라는 인식이 앞서는 것 같다. 자기가 지은 농산물을 나누는 일이야 아름다운 일이지만 세상은 많이 변했다. 다 돈이다. 전부 기계화돼 사람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잡풀 몇 포기 뽑고 눈에 보이는 벌레 몇 마리 잡아내는 수준이다.

십여 년 전 제법 기계가 들어갈 만한 땅을 장만해서 초보 농군 티를 내고 있는 필자는 농사꾼과 도시민 사이를 오가면서 미묘한 견해차를 느끼고 있다. 봄에 밭에다 거름을 구해 뿌리고 갈아엎고 고랑을 만드는데 이웃의 기계 힘을 빌렸다. 비닐을 깔고 모종을 사서 심고 전기로 돌아가는 지하수를 끌어 물을 주고 가꾸었다. 때를 놓치기 일쑤였지만 농약도 쳐야 했다. 그렇게 수확한 농산물을 형제들에게 나눠 주고 주변 분들과 함께하고 싶어 택배를 부른다. 혹 택배비를 착불로 했다면 돌아오는 반응은 어떻게 될까. 인건비는 ‘정(情)’이고, 농자재 비용은 ‘덤’이라 치더라도 농산물 포장 박스값도 만만치 않다. 잘 익은 복숭아를 나눠 먹고 싶었지만 박스값, 택배비가 무서워 마음만 나눈 적도 있다. “와서 그냥 따 가라”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농협이 ‘2020년까지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우리네 농촌의 삶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고자 한다면 작은 것부터 바꿔야 한다. 농산물은 절대 공짜가 아니다. 잘 아는 분이 출판사를 한다고 책을 그냥 집어 오고, 빵집을 하는 분 가게에 가서 맛있는 빵을 그냥 들고 오고, 식당에 가서 밥 먹고 그냥 나올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도기윤 < 농협 정부서울청사지점 지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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