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고어 미국 전 부통령 '제주포럼' 연설
중동·아프리카·지중해 지역
난민발생·잇따른 내전도 지구 온난화와 연관 있어
상상 초월한 재앙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기후협정
트럼프가 어떤 결론 내려도 신재생에너지 확산 대세
[ 이미아 기자 ]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비단 해수면 상승 또는 가뭄과 같은 자연재해만 불러일으키는 게 아닙니다. 중동과 아프리카, 지중해 지역 난민문제도 기후변화와 연관이 있다면 믿어지십니까.”
제주평화연구원과 한경비즈니스의 초청으로 제12회 제주포럼에 참석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69)은 1일 제주 서귀포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기후변화의 도전과 기회: 더 나은 성장은 가능한가’를 주제로 특강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2006~2010년 시리아 농토 중 약 60%가 가뭄 때문에 사막으로 변해버렸다”며 “해당 지역에 거주하던 농민들은 생업을 잃고 난민이 돼 떠돌다가 내전에 휩쓸렸다”고 말했다.
또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최고 온도가 섭씨 70도를 넘어설 정도로 높아져 사람이 생존할 수 없는 지경에 놓였다”며 “기후변화는 더 이상 우리 생활과 멀리 떨어져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빌 클린턴 미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고어 전 부통령은 2000년 대선 패배 후 환경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2007년엔 지구온난화 해결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고어 전 부통령은 “극지방 빙하 붕괴와 감염성 질병 확산, 잦은 초대형 태풍 출현, 물 부족 등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재앙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이런 현실에 직접 맞닥뜨리게 되면 절망에 빠져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고 착각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우린 풍력에너지와 태양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얼마든지 이와 같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며 “신재생에너지 개발 비용도 지속적으로 하락해 조만간 화석연료 단가와 비슷해질 것이기 때문에 몇 년 후엔 거의 모든 사람이 신재생에너지를 낯설지 않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국제협약인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협정’에서 탈퇴한 데 대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도 미국은 이와 무관하게 탄소배출량 감소를 비롯한 기후변화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탄소배출량 감소 정책에 부정적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1일 ‘기후변화협정’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강력한 표현’을 써서 미국이 파리 기후협정에 남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탄소배출량 감축 프로그램을 이미 줄이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의 각 주정부와 재계, 지역사회에서 잇따라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있고, 이는 세계적으로도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한반도에 평화의 전기 마련"…개막식 영상 축사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제주포럼 개막식에 보낸 영상 축사를 통해 “평화로운 한반도는 더는 꿈이 아니며 임기 내에 한반도 평화의 획기적인 전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와 번영을 위한 완전히 새로운 구상, 담대한 실천을 시작할 것”이라며 “아시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앞장서서 열어가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등 관련국들과 함께 북한을 설득하고 압박해 대화의 장으로 이끌고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 및 북미관계 개선을 이뤄내겠다”며 “‘외국 역할론’에 기대지 않고 한반도 문제를 대한민국이 주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에 대해선 “북한이 무력도발을 감행한다면 굳건한 한·미 동맹과 대한민국의 방위 역량으로 즉각적이고 강력히 응징해 평화를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남북이 아우르는 경제공동체는 ‘한강의 기적’을 ‘대동강의 기적’으로 확장시켜 세계 경제지도를 바꿀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귀포=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