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발사대 4기 비공개 반입에 대한 청와대의 진상조사가 전광석화로 진행되면서 조사대상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지 하루만인 지난달 31일 국방부가 고의로 보고를 누락했다는 결론을 내고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을 조사했다.
이 가운데 한 장관과 달리 지난달 21일 교체된 김 전 실장은 국방부의 보고누락과 직접 관련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청와대 조사가 예상보다 훨씬 다층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후임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업무 인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는 있지만 김 전 실장은 국방부가 문제가 된 보고를 했던 지난달 26일 현직에 없었다는 점에서다.
이런 측면에서 청와대의 조사가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 라인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진상조사 자체는 국방부 보고 누락문제가 원인이 됐지만, 문 대통령이 지속해서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점도 이런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을 만나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3NO(요청·협의·결정이 없음)' 입장을 언급한 뒤 "지난 정부는 발표 직전까지 사드 배치를 우리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면서 절차적 정당성 및 환경영향평가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국방부 보고누락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에 이미 국가안보실 사드 태스크포스(TF) 구성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정의용 안보실장은 지난달 22일 국회를 방문,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안보실의 TF를 구성해서 전체적인 경위를 한 번 파악해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만약 청와대가 사드 진상조사의 초점을 국방부의 보고누락에서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과정으로까지 확대할 경우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멤버 전체가 조사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전격적인 사드 반입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었던 황교안 전 총리도 조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청와대의 사드 진상조사에 대해 야당이 "안보 자해행위"라고 반발하고 있고 사드 배치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 여론도 적지 않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국내적 조치"라는 문 대통령의 전날 입장에도 불구, 청와대의 진상조사에 미국과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등 외교적 파장이 커지고 있는 점도 고려요소다.
이런 측면에서 청와대가 일차적인 진상조사는 마친 만큼 향후 조사는 '로우키(low key)'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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