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마존 베조스와 쿠팡 김범석의 차이

입력 2017-06-01 11:32

2015년 8월16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발칵 뒤집혔다. 뉴욕타임즈가 전날 아마존 전·현직 직원들을 일일이 만나 취재해 쓴 기사 '아마존 속으로: 거친 일터에서 성과 올리기(Inside Amazon: Wrestling Big Ideas in a Bruising Workplace)'를 내보냈기 때문이다.

아마존 직원들의 회사 생활 실태를 담은 이 기사는 뉴욕타임즈 1면 톱과 2면에 걸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주요 내용은 아마존이 직원들을 잔혹하게 대한다는 것이다.

야근을 강요 받는 것은 기본이고, 직장 동료 서로의 행실을 감시하고 이를 상사에게 고자질하도록 유도하며 회의 때는 아이디어를 모으기보단 서로 공격하기를 부추긴다는 내용이었다. 직원들은 상사가 화장실 갈 때만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내용도 있었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는 기사를 읽고 노발대발했다. 베조스는 회사 내부 게시판을 통해 "기사에 묘사된 아마존은 내가 아는 아마존이 아니다"라며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 관련팀에 지시해 조치할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말했다.

당시 아마존은 18년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었고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기술을 개발해 유통업체에서 IT기업으로 거듭나려던 때였다.

베조스는 "IT시장이 이처럼 치열한 상황에서 뉴욕타임즈에 묘사된 것처럼 경영이 이뤄진다면 아마존이 살아남을 수 있었겠느냐"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기사를 읽은 독자들은 아마존이 직원을 착취하는 '악덕 기업'인줄 몰랐다며 프리미엄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Amazone Prime)을 끊고, 휴대폰에서 아마존 앱을 삭제하겠다고 나섰다. 한 독자는 이제 아마존에서 어떠한 물건도 구매하지 않겠다고 뉴욕타임즈에 편지를 보냈다.

베조스는 평소 직원들에게 거친 말을 하기로 유명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보고서가 올라오기라도 하면 그 직원에게 "너는 게으른 거니 아니면 무능한 거니"라고 한다거나, 임원의 PT가 핵심을 벗어났다고 느껴지면 "당신은 내 인생까지 낭비할 셈인가요"라고 면박준다.

그럼에도 베조스가 칭찬받는 점이 있다. 바로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다. 베조스는 자신의 이메일 주소(jeff@amazone.com)를 일반 소비자에게도 공개해 아마존에 대한 불만 목소리를 들으려고 한다.

베조스는 한 인터뷰에서 "당신이 만약 아마존에 불만이 있다면 콜센터가 아닌 나에게 메일을 보내도 좋다(If You Have a Problem With Amazon, Email Me)"라고 했다. 책을 주문했는데 포장을 뜯기가 너무 어렵다"는 소비자의 항의메일에 모든 포장을 뜯기 쉽게 바꾼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 메일주소는 당연히 임직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창구로도 쓰인다. 아마존에서 일했던 전 임원은 한 방송에 나와 "어떤 임원이 베조스에게로 흘러들어가는 정보를 차단하려고 했을 때 그는 그 임원에게 의자를 집어던졌다"고 말했다.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는 쿠팡이 요즘 시끄럽다. 친절하고 빠른 배송으로 소비자에게 유독 사랑 받았던 쿠팡맨들은 회사 측에서 처음 약속했던 고용조건을 지키지 않는다며 '쿠팡사태대책위원회'를 꾸렸다.

회사 내에서 일 해결이 잘 안됐는지 관련 내용을 문재인 대통령 인수위에도 전달한 모양이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2015년 2년 내 쿠팡맨 1만6000명을 고용해 그중 60%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대책위에선 현재 쿠팡맨은 2700명뿐이고 정규직 비율도 10%가 채 안 된다고 주장한다. 정규직 전환을 직전에 둔 직원들은 회사 측에서 어떻게든 벌점을 매겨 내쫓아낸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더 큰 문제는 이와 관련해 김 대표가 자신의 직원인 쿠팡맨들과 일체 어떤 소통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 쿠팡맨은 "쿠팡맨 사태가 외부로 흘러나갔을 때 회사 측에선 관련자가 누구인지 눈에 불을 켜고 찾았다"며 "김 대표가 현장에서 직원들이 겪고 있는 고충을 조금도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쿠팡의 대답은 여전히 한결 같다. "모두 사실 무근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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