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슈트'의 진화…옷처럼 입고 달린다

입력 2017-06-01 02:52
수정 2017-06-12 09:26
한국 과학자 주축 국제연구진 '소프트 엑소슈트' 개발

옷감 속 와이어·센서 연결…걷거나 뛸 때 다리 근력 보조
시속 9㎞ 속도로 달릴수 있어…연말 배터리 일체형 슈트 공개


[ 박근태 기자 ] 한국 청년 과학자들이 주축이 된 미국 연구진이 바지처럼 입고 달릴 수 있는 ‘외골격 로봇’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미국 하버드대 바이오디자인랩 코너 월시 교수와 이기욱 박사후연구원, 김진수 연구원은 옷처럼 입고 뛸 수 있는 외골격 로봇인 ‘소프트 엑소슈트’를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 31일자에 소개했다.

외골격 로봇은 팔이나 다리를 기계장치로 감싸 근력을 높여주는 보조장치를 말한다. 몸을 지탱하는 기계 골격이 밖에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연구자에 따라 웨어러블(입는) 로봇, 엑소슈트로 부르기도 한다.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대다수 외골격 로봇은 사람 팔·다리에 금속 뼈대를 입히고 모터와 기계 관절의 힘으로 움직이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연구진이 개발한 소프트 엑소슈트는 바지처럼 입는 부드러운 외골격 로봇이다.

연구진은 2013년 미국 국방부 소속 첨단 군사기술 개발 기관인 국방고등연구기획청(DARPA)의 지원을 받아 걷기용 소프트 엑소슈트를 처음 개발했다. 바지처럼 입는 이 엑소슈트는 전적으로 옷감과 연결된 와이어의 힘으로 움직인다. 다리를 들어 올릴 때 와이어를 당겨 훨씬 적은 힘으로 다리를 움직이는 방식이다. 30㎏짜리 짐을 메고 힘들이지 않고 시속 5.4㎞ 속도로 걸을 수 있다.

이번에 개발된 개량형 엑소슈트는 이보다 빠른 시속 9㎞ 속도를 낸다. 조깅할 때 속도인 시속 8㎞보다 조금 빠른 편이다. 입고 달릴 수 있는 외골격 로봇이 개발된 건 처음이다. 기존에 나온 외골격 로봇은 주로 하반신 마비 환자나 무거운 짐을 지는 군인들의 보행을 돕기 위해 개발되다 보니 사람이 걷는 속도를 내는 데 그쳤다. 사이언스 로보틱스는 “이번 연구는 향후 입고 달릴 수 있는 외골격 로봇 연구의 기초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소프트 엑소슈트를 입고 달리면 착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운동 효율이 5.4% 높아진다. 이기욱 연구원은 “5㎏짜리 짐을 지고 달려도 맨몸으로 달렸을 때와 비슷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번 개발에 도움을 준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달릴 때 엉덩이와 다리 전체에 힘이 가장 덜 들어가는 방법을 알아냈다.

연구자들은 아이언맨 슈트처럼 딱딱한 외골격 로봇 대신 옷처럼 부드러운 ‘소프트 외골격’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딱딱한 외골격 로봇은 부피가 크고 무거워 거추장스럽고 자연스러운 보행을 방해한다”고 설명했다. 록히드마틴이 2011년 개발한 외골격 로봇 헐크는 상용화 직전 착용한 사람의 체력을 떨어뜨리는 역효과가 확인되면서 도입이 보류됐다.

이 논문에 제1 저자로 참여한 이 연구원은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를 나와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학위를 받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거쳐 지난해 하버드대로 자리를 옮긴 뒤 1년 만에 달리는 엑소슈트를 개발했다. 공동 제2 저자인 김진수 연구원은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완벽히 독립적인 엑소슈트를 완성하려면 가볍고 작지만 적은 전기로 큰 힘을 내는 구동기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이 연구원은 “올해 말 구동부와 배터리를 포함한 완전히 독립적인 엑소슈트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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