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6개부처 차관인사
장관인사 늦어지며 실무 관장할 차관 우선 임명
부처 상황·장관과 조합 감안…추가 인사 속도 붙을 것
[ 조미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기획재정부·교육부·외교부·통일부·행정자치부·국토교통부 등 6개 부처 차관 인사를 단행했다. 장관 인선이 늦어지면서 우선 실무적인 국정 운영 체제를 갖추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기획재정부 1차관에 고형권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53), 교육부 차관에 박춘란 서울교육청 부교육감(52), 외교부 2차관에 조현 주인도 대사(60)를 임명했다고 청와대가 발표했다.
통일부 차관에는 천해성 남북교류협력지원협회 회장(53), 행정자치부 차관에는 심보균 행자부 기획조정실장(56), 국토교통부 2차관에는 맹성규 전 강원도 부지사(55)가 발탁됐다.
文, 6개 부처 차관 임명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은 올 2월 기재부 기획조정실장에서 물러나 ADB 이사로 필리핀에 있다가 3개월 만에 ‘친정’에 돌아오게 됐다. 대표적인 정책기획통이자 국제금융 분야 식견을 겸비한 경제관료 출신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의 비서관으로 일한 적이 있어 ‘변양균 사단’으로 꼽힌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교육부 여성 국장 1호’ 출신이다. 2005년 대학정책과장에 임명됐을 당시 만 40세로, 정부 부처 통틀어 최연소 여성 부이사관(3급)으로 승진해 주목받았다. 청와대는 “대학과 지방 교육에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정통 관료”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조현 외교부 2차관은 유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개발공업기구(UNIDO) 등 다자무대에서 경험을 쌓아온 인물이다. 외무고시 13회로 주유엔 차석대사, 주오스트리아 대사 등을 역임했다.
현안 챙길 실무형 인사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2007년 10·4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해 다수의 남북회담에 깊숙이 관여했다. 북한과 대화를 강조하는 새 정부의 기조에 적합한 인사라는 평가다.
천 차관이 2013년 6월 남북 장관급 회담을 위한 판문점 실무접촉에 수석대표로 나섰을 때 북측 대표로 여성인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이 나온 걸 두고 ‘남남북녀 회담’으로 회자됐다.
심보균 행자부 차관은 김부겸 행자부 장관 후보자가 강조하는 지방분권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그는 2006년 지방공무원제도팀장으로 있으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조직자율권을 대폭 강화한 총액인건비제를 도입했다.
맹성규 국토부 2차관은 강원도 경제부지사를 지내면서 춘천~속초 간 동서고속철 사업 등 각종 지역 경제 현안을 이끌었다. 청와대는 그를 대중교통, 항공, 철도 등 교통물류 분야를 두루 거친 관료라고 소개했다.
차관 인사 속도 나나
문 대통령이 6개 부처 차관을 우선 임명한 것은 장관 인사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실무를 관장하는 차관을 통해 부처별 산적한 현안을 챙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날 여당 의원이 행자부, 문화체육관광부, 국토부, 해양수산부 등 4개 부처 수장으로 지명된 것과 달리 이날 발표된 차관은 모두 관료 출신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우선 실무적으로 차관들이 임명돼 업무를 파악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국토부 외교부 등 복수 차관 가운데 한 명만 인사를 낸 것은 검증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는 “각 부처 상황과 장관과의 조합 등을 보면서 검증이 끝나는 대로 순차적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