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위해 만들었더니 소비자들도 알아주더라"…여성청결제 질경이 만든 하우동천

입력 2017-05-31 14:34
수정 2017-05-31 14:38
“쉬쉬하는 문화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잠재력이 충분한 시장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최원석 하우동천 대표는 여성청결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자 이 같이 답했다. 그가 여성청결제를 개발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아내 때문이었다. 질염으로 고생하는 아내를 도우려고 질염에 대해 알아보던 중 의외로 많은 여성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목숨이 걸린 질병은 아니지만 가렵고 냄새가 나 스트레스가 크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의사들이 감기에 비유할 만큼 질염이 여성들에게는 흔한 질병인데도 10여년 전만해도 겉으로 드러내기 껄끄러워 병원을 잘 찾지도 않고 혼자서 끙끙 앓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우동천은 기능성 생수 사업을 통해 쌓아온 유익균과 미생물과 관련 연구개발(R&D) 노하우로 2006년 질염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 하지만 의약품 제조 경험이 전무한 벤처기업에게 막대한 비용이 드는 임상시험을 거쳐 신약을 만드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의약품보다 허가 받기가 용이한 의약외품으로 분류되던 여성청결제로 방향을 틀었다. 때마침 2010년 법이 바뀌면서 여성청결제가 화장품으로 분류됐다. 심사와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의약외품과 달리 화장품으로 분류되면 간단한 신고만으로도 제품 출시가 가능했다.

4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2010년 여성청결제 ‘질경이’가 탄생했다. 하우동천은 유익균에 초점을 맞췄다. 건강한 여성의 질은 유해균이 활발하게 활동하기 어려운 약산성 상태다. 유익균은 산성물질을 만들어내 이 상태를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유익균의 균형을 맞춰주면 유해균의 활동을 억제하는 자정작용이 이뤄지는 셈이다. 하우동천은 이런 원리에 착안해 질경이를 개발했다.

질경이는 물에 녹여 사용하는 알약 형태로 만들어졌다. 그전까지 여성청결제는 법적으로 ‘외음부 세정액’으로 분류돼 액상 형태여야 했지만 2010년 법이 바뀌면서 제형에 대한 규제가 풀린 덕택이었다. 고체 형태로 만든 이유는 휴대성 때문이었다.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해외여행을 갈 때도 가져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액상 형태에서는 부패하기 쉽기 때문에 방부제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건조된 알약이면 방부제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이유였다. 최 대표는 “여성의 삶의 질을 경이롭게 한다는 의미로 붙인 질경이 이름 뜻처럼 여성들이 어떻게 하면 편리하게 마음 놓고 쓸 수 있을지가 최우선 고려 사항이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초창기에 온라인을 통해 판로를 개척했다. 고객들이 ‘49%의 의심과 51%의 믿음’을 갖고 질경이를 찾는다는 생각으로 ‘49%의 의심’을 걷어내기 위해 직접 고객상담 전화를 받았다.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넘게 고객들에게 일일이 질경이의 탄생 과정부터 세세하게 설명했다. 온라인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제품 문의나 구매 후기 글에 댓글도 달았다. 그는 “여성청결제는 입소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질경이를 신뢰하고 재구매를 해주는 고객을 늘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구매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질경이의 매출은 해마다 2배씩 늘었다. 첫해 4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13억원이 됐다. 재구매율은 66%에 달했다. 2015년 7월 TV 홈쇼핑 판매를 시작한 이래 33회 완판을 기록했다. 최 대표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이미 지난해 전체 매출의 80%를 넘어섰다”며 “올해에는 2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질경이는 지난해부터 중국, 미국, 필리핀, 싱가포르, 일본 등지로 수출되고 있다.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외국에서도 여성청결제 시장이 아직 성숙한 상태가 아니기에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최 대표는 “특허를 등록한 10개국뿐만 아니라 터키, 이집트 등 아랍권 국가에서도 반응이 좋다”며 “올해는 50억원 이상 수출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하우동천은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은 여성들의 ‘니즈’를 겨냥하고 있다. 여성청결제에 더해 생리 티슈인 ‘페미닌티슈’, 외음부에도 바를 수 있는 미백 크림 ‘선샤인톤업크림’ 등도 개발했다. 최 대표는 “아직까지 한국 정서상 외음부 관련 화장품이나 의약품에 대한 니즈를 숨기려고 하는 경향이 짙다”며 “여성들이 더 당당하게 행복을 추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우동천은 화장품 회사를 넘어 제약사로의 발돋움을 꿈꾸고 있다. 사내에 제약사업부를 만들어 질염치료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고려대 구로병원, 강남차병원, 강서미즈메디병원에서 임상시험 2상을 진행 중이다. 최 대표는 “여성청결제도 질염치료제를 만든다는 심정으로 만들었던 만큼 공인받은 치료제도 개발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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