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74조원 시장
트럼프 집권 뒤 미국선 '찬밥신세', 새정부는 '친환경' 비중 확대
OCI 등 폴리실리콘 기업부터 중소 태양광 설치업체까지 수혜
[ 고재연 기자 ] 글로벌 공급 과잉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 철회로 어려움을 겪던 국내 태양광 업계가 모처럼 기지개를 켜게 됐다. 정부가 석탄·원자력 의존도를 낮추고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에 따르면 6월1일부터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노후한 석탄화력발전소 8기의 가동이 한 달간 중단된다. 서천 1·2호기, 영동 1호기 등 3기는 7월부터 폐쇄 조치에 들어간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20%까지 확대 △발전사업자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비율(RPS) 상향 조정 △소규모 신재생 설비 발전차액지원제도(FIT) 도입 등을 약속했다.
전지와 폴리실리콘 등 태양광 관련 산업에는 호재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에 따르면 공약이 실현될 경우 태양광 에너지 설비용량은 현재 5GW에서 2030년 37GW까지 커진다. 현재 약 10조원 규모인 태양광 시장은 2030년까지 최대 74조원으로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국내 태양광산업은 해외 의존도가 컸다. 태양광 전지 제조업체인 한화큐셀, 신성이엔지, LG전자 등과 태양광 전지의 원료가 되는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인 OCI 등이 대표적인 수출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글로벌 공급 과잉에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오바마 정부가 주도한 ‘청정 전력 계획’을 폐기하면서 실적 부진을 겪어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중국이나 한국 등으로부터 수입한 태양광전지가 미국 관련 산업에 피해를 주는지를 파악하는 조사까지 착수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수 시장 확대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 현대중공업 그린에너지, LS산전, 에스에너지, 웅진에너지 등의 기업부터 중소 태양광 설치 업체까지 수혜를 입는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에 등록된 중소 설치 업체만 8000여 개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OCI와 보고펀드가 작년 말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발전 펀드를 조성해 태양광 발전소를 짓기로 했다”며 “산업 육성이 이뤄질 경우 관련 펀드가 늘어나는 등 부수적인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난관도 있다. 작년 말부터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규제 개선과 금융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뤄졌으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태양광 발전소 건립 입지 규제는 풀리지 않고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