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컬렉션 포슬린' 출시
"백자서 영감…2년간 연구"
방탄복 소재로 단점 보완
변색·냄새 걱정도 없어
[ 좌동욱 기자 ]
삼성전자가 도자기 소재인 ‘포슬린’으로 내부 인테리어를 꾸민 초고가 냉장고를 출시했다. 판매 가격은 1499만원으로 웬만한 중소형 자동차값에 육박한다. 명품 가전제품 시장을 놓고 삼성과 LG 간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자기로 냉장고를 만들다
삼성전자는 30일 서울 강남구 호림아트센터에서 ‘셰프컬렉션 포슬린’을 공개했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냉장고 브랜드인 ‘셰프컬렉션’의 최상위 모델이다. 조선 시대 백자의 원재료를 내부 인테리어 소재로 활용해 조선백자의 깨끗한 색감과 광택을 사실적으로 구현했다. 냉장고와 같은 대형 가전의 주요 소재로 자기를 활용한 첫 사례다. 최익수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자기는 한국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등 세계 각국의 왕실에서 오랫동안 음식을 보관하는 데 가장 이상적인 소재로 활용됐다”며 “조선 백자에서 영감을 얻은 뒤 약 2년간의 연구를 통해 완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냉장고에 쓰인 포슬린 소재는 도자기 제조 과정과 동일하게 초벌구이와 재벌구이 등을 거쳐 생산된다. 원재료는 중국과 영국에서 들여온다. 일본에서 굽는 과정을 거쳐 삼성전자 광주 공장에서 최종 조립된다. 쉽게 깨지는 단점을 보강하기 위해 방탄복 소재로 쓰이는 아라미드를 첨가했다. 500g의 금속구를 1m 높이에서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는다는 것이 삼성의 설명이다.
◆가열되는 초고가 시장 경쟁
포슬린 소재는 표면에 미세한 공기 구멍이 없어 양념, 소스, 국물 등이 흘러도 변색되거나 냄새가 스며들지 않는다. 간단히 물로 닦기만 해도 미생물과 오염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 이날 제품 출시 행사에 참석한 요리사 임정식 씨는 “도자기는 차가운 음식은 차갑게, 뜨거운 음식은 뜨겁게 보관하는 기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우선 한국에서 판매한 뒤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셰프컬렉션 포슬린 출시가로 1499만원을 책정했다. 두 달 전 출시한 삼성전자의 최고가 냉장고 모델 ‘셰프컬렉션 패밀리 허브’보다 440만원(41.5%) 비싼 값이다. 경쟁사인 LG전자의 최상위 모델(LG 시그니처 얼음정수기 냉장고) 가격(1190만원)도 훌쩍 넘겼다. 삼성과 LG는 대형 TV, 세탁기, 에어컨 등 다른 가전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고 경쟁하고 있다. LG전자가 지난해 3월 TV, 냉장고, 세탁기, 가습공기청정기 등 4개 제품군을 아우르는 초고가 통합 브랜드 ‘시그니처’를 출범시킨 뒤 프리미엄 시장을 둘러싼 양사 경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과 LG가 가전제품 시장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장 점유율이나 매출 확대보다는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며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발달도 기존의 아날로그 가전제품(백색가전)이 프리미엄 가전제품으로 바뀌게 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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