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장 인사청문회
남북 정상회담 필요성 문재인 대통령과 논의했다
탈북자 조건없이 수용해야
기업서 월 1천만원 자문료 회사가 알아서 책정한 것
[ 박종필 기자 ]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29일 “지난 대선 때 구체적인 방법을 얘기하진 않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남북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논의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서 후보자는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문 대통령 취임 후 남북 정상회담 실무를 총괄 추진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그런 지시를 받지는 못했다”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논란이 된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 확보를 비롯한 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앞으로 국정원은 국내 정치와 완전히 단절될 것”이라며 “국정원은 정권을 비호하는 조직이 아니다. 북풍(北風)은 국정원으로선 아픈 역사”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제가 국정원장으로 취임하게 되면 실질적인 개혁위원회나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을 수 없다”며 “원내뿐 아니라 원외에서 고언을 줄 수 있는 분들을 모시겠다”고 했다. ‘댓글 사건’ 등 과거 국정원 정치 개입 의혹과 관련해선 “여러 가지 국가 차원의 물의가 있던 일을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 정보 수집파트를 폐지하겠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대해 “국내 정보와 해외 정보가 물리적으로 구분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선공약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국내에서 벌어지는 선거 개입 행위나 민간인 사찰, 기관 사찰 등은 반드시 근절한다는 취지를 지키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박근혜 정부) 시절 남북 정상회담 북방한계선(NLL) 회의록 공개 사건과 관련해 “대단히 부적절했다”며 “남북뿐 아니라 정상회담은 국가 차원의 높은 비밀로 분류해 보관하는 게 상례고 당연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또 탈북자 수용 문제에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우리 쪽으로 오겠다는 탈북민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것은 명백한 원칙”이라고 했다.
서 후보자는 2012년 KT스카이라이프에서 9개월간 매달 1000만원씩 9000만원의 자문료를 받은 게 논란이 됐다. 그는 이에 대해 “나름대로 충실하게 자문에 응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금액 문제는 제가 요구한 적이 없고 회사에서 알아서 책정한 것”이라며 “어려운 경제 사정과 젊은 분들의 취업난이 심한 상황에서 괴리감과 거부감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안다”며 몸을 낮췄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