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도 드림오픈 정상
연장 첫홀 '천금의 버디'
18번홀 통한의 더블보기
이태희, 다 잡은 우승 놓쳐
[ 이관우 기자 ]
우승이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1.4m 퍼팅만 들어가면 우승컵은 그의 차지였다. 하지만 공은 야속하게 홀컵을 스치며 굴러갔다. 통한의 더블 보기. “늦은 결혼 선물을 아내에게 주고, 장수에서 갈비를 먹고 집에 가겠다”던 이태희(33·OK저축은행)가 고개를 떨궜다. 경기는 예상 밖의 연장에 들어갔다.
일찌감치 마음을 비운 김우현(26·바이네르)은 얼떨결에 골프백에 넣어둔 드라이버를 꺼내야 했다.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연장전 첫 홀. 두 선수의 티샷이 모두 페어웨이에 얌전하게 떨어졌다. 두 번째 샷이 승부의 분수령이 됐다. 이태희의 아이언샷은 그린 오른쪽 깊은 러프로 밀렸다. 김우현의 샷은 홀컵 4m 지점에 떨어졌다.
승리의 여신이 낙점한 챔프는 ‘예비역’ 김우현이었다. 이태희가 세 번째 칩샷 어프로치를 파 세이브가 가능한 홀컵 1m 옆에 바짝 붙여 한숨을 돌린 사이 김우현이 퍼팅한 공이 홀컵을 파고들었다. ‘천금의 버디’이자 깜짝 우승 퍼트였다. 이태희는 2타 차 선두를 지켜내지 못하고 다 잡았던 우승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김우현이 5타 차를 뒤집는 역전 우승 드라마를 썼다. 28일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카이도드림오픈(우승상금 6000만원)에서다.
김우현은 이날 전북 장수의 장수골프리조트(파72·7050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3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쳤다. 4라운드 합계 10언더파를 친 김우현은 전날까지 단독 선두를 달린 이태희와 연장전을 치러 첫 홀에서 감격의 역전승을 일궈냈다. 통산 3승째. 2014년 해피니스송학건설오픈 우승 이후 3년 만의 우승이다.
2014년 코리안투어에서 2승을 거둔 뒤 입대한 김우현은 지난해 8월 제대해 투어에 복귀,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김우현은 이날 선두 이태희에게 5타 뒤진 7언더파로 티오프를 했다. 타수 차가 워낙 커 뒤집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꾸준히 타수를 줄여 10언더파로 대회를 마무리한 뒤 우승자를 축하해주기 위해 18번홀 그린 주변에서 마지막 경기를 지켜보다 행운의 역전승을 거머쥐었다.
올 시즌 4개 대회 중 두 번 예선 탈락한 아픔도 다섯 번째 출전 대회에서 훌훌 털어냈다.
흔들리긴 했지만 무너질 것 같지 않았던 이태희는 2타 차로 격차를 벌린 마지막 18번 홀에서 무너지며 연장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티샷 실수에 이어 1.4m짜리 짧은 보기 퍼트마저 놓친 것이다.
이태희는 이날 전반에도 짧은 퍼트를 여러 개 놓치면서 불안한 선두를 이어왔다. 후반 들어선 드라이버 티샷까지 흔들리며 살얼음 승부를 연출했다. 2015년 넵스헤리티지에서 생애 첫 우승을 따낸 이후 2년간 우승 트로피를 보태지 못한 이태희는 다음 기회로 3승 사냥을 미루게 됐다.
이날 시상식이 끝난 뒤 추첨을 통해 시가 3700만원짜리 고급 승용차가 갤러리 경품으로 돌아갔다. KPGA는 올해 8개의 카이도시리즈 대회마다 고급 승용차를 경품으로 내거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갤러리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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