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북한 핵사찰 실무책임자
국제시민단체 고문 위촉돼 방한
[ 이우상 기자 ]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서 협상 주체는 한국이 돼야 합니다. 한국을 제쳐두고 다른 나라들이 논하는 ‘코리아 패싱’이 반복돼선 안 됩니다.”
폴란드 출신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 프로젝트 매니저를 지낸 캐롤 스코니크 IAEA 고문(72·사진)은 지난 25일 경기 하남시 중아트갤러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이같이 말했다.
폴란드 바르샤바대에서 핵공학을 전공한 스코니크 고문은 IAEA에서 1989년부터 2015년까지 활동했다. 프로젝트 매니저로 있으며 100여 개국을 방문해 핵 시찰과 핵 기술 관련 안전교육을 담당했다.
스코니크 고문이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한반도 방문은 세 번째다. 1994년과 1995년 핵 시찰과 더불어 북한의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를 유보할 목적으로 북한을 두 차례 다녀왔다. 스코니크 고문은 “북한에 머물던 2주간의 시간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며 “공산주의와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가장 완벽하게 세뇌돼 있던 나라”라고 회고했다. 그는 “IAEA는 북한이 완전한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북한은 원자폭탄에 만족하지 않고 더 강력한 수소폭탄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발사체 시험발사에 대해 그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발사체 개발은 별개 사안인 만큼 별도의 트랙으로 접근해 제약을 가할 방법을 찾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 했다.
스코니크 고문은 글로벌 시민단체인 세계시민기구(WCO) 고문으로 위촉돼 이번에 한국을 찾았다. 곽영훈 WCO 대표와는 55년 지기다. 곽 대표는 서울 대학로와 서울지하철 2호선, 방이동 올림픽공원 건립 등에 힘쓴 도시계획가다. 스코니크 고문은 17세이던 1962년 미국적십자사 주최로 42개국 112명의 학생이 모이는 ‘외국학생 미국 방문프로그램(VISTA)’을 통해 곽 대표를 처음 만났다. 이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도 친분을 쌓았다. 스코니크 고문은 오는 9월 부패 척결 및 치안 문제 등 현안 해결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할 예정이다.
스코니크 고문은 “남북문제 해결을 위해선 북한의 예측 불가능성을 줄여나가야 한다”며 “남북이 공유하는 경제특구 등을 늘려 북한이 외부에 의존토록 하는 게 해결 방안 중 하나가 될 것”이라 말했다.
하남=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