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바둑계 은퇴선언
세 차례 모두 진 커제 "알파고 지나치게 냉정"
의학·신소재 개발에 활용
[ 송형석 기자 ]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바둑 세계랭킹 1위인 커제 중국 9단과의 세 차례 대결에서 모두 이긴 뒤 바둑 분야 은퇴를 선언했다. 정식 대국은 물론 프로 9단 5명이 동원된 친선경기까지 한 판도 내주지 않은 압승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국을 ‘AI 시대’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알파고는 지난 27일 중국 저장성 우전 인터넷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 마지막 3국에서 흑 209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알파고의 실력은 지난해 이세돌 9단과의 대국 때보다 한층 향상됐다. 당시 알파고는 16만 개의 기보를 익히는 ‘지도학습’을 통해 실력을 배양했지만 올해는 자기 자신과 바둑을 두는 ‘강화학습’으로 커 9단을 꺾었다.
커 9단은 대국 후 인터뷰에서 “알파고가 지나치게 냉정해 바둑을 두는 게 고통 그 자체였다”며 “이길 수 있는 한 톨의 희망도 갖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지 와이어드는 “인간과 AI의 대결은 이제 더 이상 관심을 끌 대목이 거의 없다”고 논평했다.
알파고의 개발사 딥마인드가 대국 후 알파고의 바둑계 은퇴를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행사가 알파고가 참가하는 마지막 바둑 대국”이라며 “앞으로의 AI는 인류가 새로운 지식 영역을 개척하고 진리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전문가들은 알파고가 이번 행사를 통해 보여준 ‘범용 AI’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범용 AI는 사전 지식이 없이도 스스로 다양한 지식을 유연하게 익히고 학습하는 AI 시스템을 의미한다.
딥마인드는 바둑에 이은 다음 도전 목표로 의학과 공학을 꼽았다. 과거 많은 고급 인력을 투입해야 했던 신소재나 신약 개발을 AI에 맡기겠다는 설명이다. AI를 이런 분야에 투입하면 1년 이상 걸린 장기 과제를 수주 내에 끝낼 수 있다. 이미 딥마인드는 영국의 국민건강보험공단인 NHS와 AI로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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