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시아 스캔들' 이번엔 사위 정조준

입력 2017-05-28 17:08
수정 2017-05-29 16:30
미국 언론 "쿠슈너, 러 대사 만나…양국 간 비밀채널 구축 제안"
쿠슈너 측 "의회 조사 응할 것"

백악관 비서실장 등 교체 가능성


[ 워싱턴=박수진 기자 ] ‘러시아 스캔들’ 수사의 화살이 백악관 중심부를 겨냥하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은 지난해 미국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러시아가 해킹 등을 통해 개입했고, 이런 러시아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캠프 인사들이 내통했다는 의혹이다.

민주당과 언론,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인 재러드 쿠슈너(사진)가 러시아와 내통한 혐의가 있다며 ‘집중 포화’를 퍼붓고 있다. 곧 타깃이 트럼프 대통령으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와 외신은 지난 26일 미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 쿠슈너가 지난해 12월 초 미국 뉴욕의 트럼프타워에서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를 만나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와 러시아 간 비밀채널 구축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회동에는 러시아 스캔들로 지난 2월 낙마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함께했다.

WP는 이날 쿠슈너가 양국 간 비밀채널 구축을 위해 미국에 있는 러시아 대사관, 영사관 설비를 활용하자고 키슬랴크 대사에게 제안했고 키슬랴크가 이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외신은 쿠슈너와 키슬랴크가 지난해 대선 기간과 대선 이후 최소 세 차례 비밀접촉을 했다고 전했다.

미 언론들은 쿠슈너가 러시아의 ‘문제 인물’들과 빈번히 접촉하면서 FBI 수사망에 걸렸다고 보도했다. 쿠슈너가 만난 러시아인 중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친구로 알려진 러시아 국영 브네시코놈뱅크(VEB)의 세르게이 고르코프 은행장도 있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는 트럼프 선거캠프에 2015년 6월 캠프를 꾸린 뒤 생산한 러시아와 관련한 모든 문서와 이메일, 전화 기록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야당인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27일 성명에서 “트럼프는 즉각 쿠슈너를 해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쿠슈너 사이에는 제3의 명령 채널이 있을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쿠슈너가 러시아와 비밀채널을 구축하려 한 것을 허락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쿠슈너의 변호사는 FBI는 물론 의회 조사에 응할 준비가 됐다고 설명했다. 쿠슈너와 백악관 수석전략가인 스티브 배넌은 곧 백악관에 ‘전시작전실(war room)’을 꾸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전실은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한 대응책뿐 아니라 정책 의제 추진, 지지자 집회 일정 조율 등에도 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또 대규모 인사 개편 등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을 그리스 대사로 임명하는 등 백악관 고위직을 뒤흔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역 집회 등을 열어 감세 반이민 등 정책 화두를 되살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