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북한과 테러 대책 등 외교 안보 분야에서 공동 보조를 유지했지만, 무역과 기후변화 대처 등에선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G7 정상들은 27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 타오르미나에서 회의를 열고, 핵 개발과 탄도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새로운 단계의 위협"이라고 강조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국제 사회에 촉구했다.
또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과 투자는 서로 도움을 주고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주요 원동력이 된다"는 인식을 표명한 뒤 '보호무역 배격에 공동 노력한다'는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
그러나 G7 정상들은 북핵 문제 외에 기후변화와 무역 등의 의제 합의에는 실패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와 무역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지만 이번 회의에 처음으로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견으로 G7의 결속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G7 정상회의 의장국인 이탈리아의 파올로 젠틸로니 총리는 정상회의 폐막 후 기자 회견에서 "힘든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정상들은 무역 문제와 기후변화 및 온난화 대책에서 첨예하게 대립했다. 파올로 총리는 미국과 다른 6개국의 의견차가 매우 컸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이탈리아는 사전 협의에서 갈등의 골이 깊었던 무역과 기후 변화에 관한 토의를 정상회의 첫날 마지막 테마로 정했다.
정상들의 토의를 거친 뒤 밤새도록 사무국 측이 정상들의 선언 문구를 조정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각국의 의견이 모두 엇갈리면서 공동 선언문은 (폐막 직전의) 이틀때 날 낮에 간신히 정리됐다.
첫날 열린 무역 관련 토론에서 유럽 정상들은 "보호주의적 조치는 무역 확대를 저해한다"며 트럼프에 호소했지만 트럼프는 "미국의 관세가 낮다면, 타국도 동일해야 한다"며 오히려 관세 인하를 요구했다.
미국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면 미국도 대항 조치로 관세를 인상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즉, 미국의 수출 산업 전반을 보호하려는 자세를 취한 것이다.
다만, 선언문 안에 "보호주의와 투쟁할 것"이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G7의 유대는 유지된 것이란 게 외신들의 평가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갈등은 깊어진 정황이 역력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기자들에게 지구 변화 대책 논의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무역 문제에서도 "우리는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 냈다"고 했지만, 우여곡절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이번 정상회의에 처음으로 참가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다자간 협조주의가 같은 게 존재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며 보호주의적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했다.
미국 CNN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트럼프가 '고립됐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대외 압력을 강화할 경우 G7와의 결속이 흔들릴 것이란 걸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였다는 게 CNN의 설명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