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미국의 심각한 불평등, 시장 아니라 정치가 주범

입력 2017-05-25 20:23
수정 2017-05-26 05:09
거대한 불평등 /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이순희 옮김 / 열린책들 / 576쪽 / 2만5000원


[ 송태형 기자 ]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74)는 다양한 경제 현안과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현실 참여형 경제학자이자 칼럼니스트다. 그는 2011년 ‘1%의, 1%에 의한, 1%를 위한’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상위 1%로 불리는 미국 부유층과 나머지 99% 사이에 존재하는 ‘거대한 균열’ 문제를 제기했다. 이 칼럼 제목은 그해 발생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 시위에서 ‘우리는 99%다’라는 구호로 전환됐다.

《거대한 불평등》(원제:The Great Divide)은 그가 지난 10년간 불평등을 주제로 발표한 칼럼을 모았다. 전작 《불평등의 대가》(2012년)에서 논의한 불평등의 핵심 주제를 여러 가지 차원과 양상으로 확장해 다룬다.

스티글리츠는 “오늘날 미국 사회의 심각한 불평등은 불변의 경제 법칙이 초래한 불가피한 결과물이 아니라 불공평한 정책과 잘못된 우선순위가 누적돼 나타난 결과”라고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간 급속 성장했다. 이 기간에는 모든 국민이 함께 성장의 과실을 나눴다. 저소득층의 소득증가율이 부유층보다 높았다. 불평등의 심화 경로로 전환된 것은 레이건 행정부가 상위 고소득층 위주의 정책을 시행하고부터다. 부유층의 부가 늘어나면 중간 소득층과 저소득층의 형편도 나아질 거라는 ‘낙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고 부의 편중만 심화됐다.

스티글리츠는 규제 없는 자유시장경제를 주장하는 경제학에 비판적이지만 성장을 중시하고 지향한다는 점에서 ‘주류 경제학자’로 분류된다. 그는 시장의 효율적 작동을 위해 불평등의 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불평등 심화는 총수요를 약화시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경제의 건전성을 해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불평등에 대한 스티글리츠의 관점은 영속적인 불평등 심화를 자본주의 체제의 본질적인 특성으로 보는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와는 궤를 달리한다. 불평등은 ‘20세기 자본주의’가 아니라 ‘20세기 민주주의’가 낳은 문제라는 시각이다. 스티글리츠는 “시장경제 자체는 불평등이 증가하지도 감소하지도 않는 균형점을 향해 이동한다”며 “균형 있는 조세시스템, 엄격한 금융시장 규제 등 정책과 정치를 통해 이 균형점을 불평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옮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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