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 김학진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
[ 심성미 기자 ]
우리는 종종 타인을 위해 선의를 베푼 이타주의자들에 대한 뉴스를 접한다. 다른 사람을 위해 수억 원을 선뜻 내놓거나, 죽음을 무릅쓰고 약자를 위험에서 구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중은 그들의 선의를 칭찬하고 존경심을 표한다. 김학진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사진)는 최근 펴낸 첫 저작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에서 이런 이타주의자들의 행동이 ‘이기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뇌과학자인 그는 “인간에게 ‘순수한 이타성’은 없다”며 “이타적 행동은 오히려 인간의 ‘인정욕구’에서 발현된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인정욕구야말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본성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인간의 행동 대부분은 인정욕구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갑질’이라고만 여겼던 ‘대한항공 회항 사건’ 역시 인정욕구를 통해 설명한다. 그는 “인정욕구가 늘어날수록 이전과 동일한 수준의 존중으로 만족감을 느끼기 어려워진다”며 “일상적 수준의 감사 표시 등에 오히려 실망감을 느끼면 분노로 표출된다”고 말했다. 인정중독이 심해질수록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의 칭찬이나 존경심, 경외심을 받고 싶어 한다. 최근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 공항에서 수행원을 쳐다보지 않은 채 여행가방을 밀어 보낸 장면 역시 ‘인정중독’에 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타적 행동 역시 인정욕구로부터 발현된다. 김 교수는 “이타적 행동은 타인으로부터 호감을 이끌어내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위치를 공고히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모든 선의는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한 이기적 욕구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는 연인 간 사랑,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사랑 역시 이런 논리로 설명한다. 김 교수는 “연인 간의 사랑과 관련된 가장 명확한 생물학적 기제는 ‘보상심리’”라며 “내가 사랑한 만큼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기반으로 상대방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람들이 인정욕구를 긍정적으로 발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정욕구라는 존재를 의식하고 욕구가 나아가는 방향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하지 않으면 왜곡된 인정욕구에 기반한 행동이 나타나기 마련”이라며 “건강한 음식을 먹거나 소식하도록 노력하며 식욕을 억제하듯이 인정욕구도 끊임없이 감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인정욕구를 제거하고도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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