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후보자 부인의 '위장전입'을 보며 떠오른 로버트 퍼트넘의 책 ‘우리 아이들(OUR KIDS)’

입력 2017-05-25 18:22


(배정철 정치부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 24일 미술 교사였던 부인이 서울 강남권 학교배정을 위해 위장 전입했다는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배우자가 1989년 3월부터 12월까지 강남구 논현동에서 실제 거주했느냐’는 질문에 “실제 거주하지 않았다”고 인정했습니다.

이 후보자 부인의 ‘강남 위장전입’을 보면서 작년 이맘 때 읽은 로버트 퍼트넘의 ‘우리 아이들(OUR KIDS)’란 책이 떠올랐습니다. 퍼트넘은 책 ‘우리 아이들’에서 “1980년대부터 미국의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는데, 특히 과거 자동차 산업이나 철강 산업으로 미국의 황금기를 이끌어온 러스트벨트(미국의 중서부 지역과 북동부 지역)의 상태가 심각하다”고 지적합니다.

퍼트넘은 러스트벨트에 살고 있는 ‘아이들’과 실리콘 벨리 등 부유한 지역에 있는 ‘아이들’의 삶을 비교하며 “아메리카 드림은 무너졌다”는 것을 사례로 보여줍니다. 또 퍼트넘은 이 부모들의 소득 격차가 아이들의 교육까지도 이어진다는 점도 함께 지적합니다. 교사들도 여건이 좋지 않은 슬럼가를 떠나 부유한 지역으로 이동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강남에서 5년간 근무하다 작년 동대문의 모 중학교에 이동하게 된 한 교사는 기자에게 “다시 강남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아이들의 수업태도 및 이들에 대한 교육지원이 강남에 비해 열악한데다 (여기서 근무하는 것이) 교사로서 이점도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자녀를 강남 8학군에 진학시키고 싶어하는 학부모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교사들도 교육환경이 좋은 지역에서 근무하고 싶어합니다. 우수한 교사들이 어떤 한 지역에만 편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청소년에게 동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공교육의 목표는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퍼트넘은 다음과 같이 권고합니다. “열악한 지역에 근무하는 교사에 확실한 인센티브를 부여하자” “가난한 부모들에게 전문적인 부모 코칭을 제공하자” “가난한 아이들에 대한 멘토링 프로그램을 활성화하자”. 선호하지 않은 지역에 근무하는 교사들에게 확실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 합니다.

다시 이 후보자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부인이 강남에 있는 학교로 배정받기 위해 위장 전입했다고 설명한 뒤 “아주 어리석은 생각에 그런 일이 저질러졌다”며 “개인적으로는 완벽하게 살고 싶었다.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늦게 터득했다”고 후회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청문회에 하나도 걸릴게 없는 ‘완벽한 총리’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부인의 위장전입 문제가 단순히 본인의 도덕성 흠결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 또 그것이 우리 공교육의 문제점 중 하나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점을 총리 후보자로서 알았으면 합니다. (끝)/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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