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1.2조 모아 전세계 275위..日공영 PEF보다 순위 높아
해외기술기업 M&A 위한 美법인 펀드가 PEF 순위집계에 잡혀
이 기사는 05월22일(04:0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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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전세계 300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PEF 업계 전문지인 프라이빗에쿼티인터내셔널(PEI)이 매년 집계하는 '2017 세계 300대 사모펀드'에서 275위에 오른 것이다.
◆2014년엔 222위까지 올라
PEI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5년간 11억달러 규모의 PEF를 조성했다. 우리 돈으로 1조20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굴리는 큰손이다. 일본의 준(準) 공영 PEF인 저팬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도 290위로 삼성전자보다 아래다. 저팬인더스트리얼솔루션즈는 일본 기업의 사업재편과 글로벌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정책투자은행과 미즈호 스미토모미쓰이 미쓰비시토쿄UFJ 등 3대 은행이 출자해 만든 운용사다. 국내에서도 이만한 규모의 PEF는 IMM프라이빗에쿼티(PE) 스카이레이크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중대형 PEF 정도다.
삼성전자가 PEI에 순위를 올리는 것은 반짝했다 사라지는 일회성이 아니다. 오히려 올해 순위는 지난해 271위보다 조금 떨어진 것이다. 2014년에는 12억3570만달러의 규모로 순위가 222위까지 올라갔었다. 블랙스톤 KKR 칼라일 같은 글로벌 초대형 PEF를 포함해 ‘**파트너스’ ‘oo인베스트먼트’ 등 투자전문회사 일색인 순위표에 제조업체인 삼성전자가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것 자체가 이색적이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PEF 큰손’에 이름을 올리는 건 삼성넥스트와 삼성오크홀딩스(Samsung Oak Holdings)라는 해외 투자회사 덕분이다. 삼성넥스트는 삼성전자가 해외의 신기술과 벤처기업을 인수합병(M&A) 하기 위해 세운 투자 지주회사다. 미국 기술기업의 심장인 실리콘밸리에 2013년 설립한 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GIC)를 통합·재편했다. 스마트폰 간편결제 서비스인 ‘삼성페이’의 원천기술사인 루프페이와 사물인터넷 플랫폼인 스마트싱스 등이 GIC가 발굴해 인수한 기술기업이다. 지난 1월 1억5000만달러 규모로 만든 삼성넥스트펀드는 두달 만에 해외 스타트업 기업 15곳을 M&A하고 50곳 이상에 투자를 했다.
삼성오크홀딩스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전장 부품 관련 기술기업을 사들이기 위해 지난해 6월 캘리포니아에 설립한 회사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미국법인인 전략혁신센터(SSIC)와 조율해 투자한다. SSIC는 2013년 1억달러 규모의 삼성촉진펀드를 만들었고 작년말엔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9조4000억원)에 역할을 했다. 두 펀드를 합치면 2억5000만달러다.
◆해외 M&A 대기자금이 1조원?
삼성전자는 여기에 삼성벤처투자의 투자금을 합한 것이 PEI의 집계에 잡힌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지사를 갖고 있는 삼성벤처투자는 2011년 이래 1조500억원(약 9억달러)의 투자금을 모았다. 반면 나머지 8억5000만달러가 삼성벤처투자의 투자금이 아니라 삼성넥스트와 삼성오크홀딩스의 비공개 펀드자금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의 삼성벤처투자 지분이 16.33%여서 자회사로 분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상법은 지분 50% 이상을 가진 회사를 자회사로 본다. 나머지 자금이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펀드자금이라면 삼성전자는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해외 M&A에 준비해두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PEF 큰 손 삼성전자’란 타이틀은 해외시장에서만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대기업이 PEF를 운용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탓이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회사(대기업)가 30% 이상 투자자(LP)로 있거나 운용사(GP)인 PEF는 투자와 처분기한에 있어서 까다로운 규제가 있다. 반면 우리나라와 같은 대기업 규제가 없는 미국에서는 삼성전자도 PEF를 운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제너럴일렉트릭스(GE) 등 대기업들이 PEF를 만들어 기업 인수합병(M&A)에 활용하는 것이 미국시장에서는 자연
스러운 구조"라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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