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전성시대…'큰손'도 뛰어들었다

입력 2017-05-24 19:22
우정사업본부 차익거래 재개…유가증권시장 거래 비중 23% '사상 최대'

2200 돌파 후 상승장에 베팅
'TIGER200'·'KODEX200'에 한달간 3408억원 유입


[ 김우섭 기자 ] 코스피지수가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종목이 아닌 지수나 자산군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량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우정사업본부가 ETF를 활용한 차익거래를 시작한 데다 상승장에 ‘베팅’하는 기관과 개인의 투자금이 ETF 시장에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ETF 거래 비중 사상 최대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3일까지 전체 유가증권시장 거래량 대비 ETF 거래량 비중은 하루 평균 23.8%를 기록했다. 이 비중은 2015년 11.3%에서 지난해 17.0%로 오르긴 했지만 ETF 매매가 시작된 2002년 이후 단 한 번도 10%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거래가 가장 활발한 ‘삼성KODEX200’ ETF는 이 기간에 전체 유가증권시장 거래량의 2.9%를 차지했다. 지난해 평균(1.6%)보다 81.2% 늘어났다.

최근 한 달 동안 ETF 거래량이 급증한 배경엔 우정사업본부의 역할이 컸다. 정부는 지난달 1일부터 내년 말까지 우정사업본부의 차익거래에 대해 거래세(매도금액의 0.3%)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차익거래를 담당할 자산운용사 선정 절차를 마친 뒤 지난달 28일 이후부터 차익거래를 시작했다. 시장에 풀린 자금만 5000억원 규모다.

차익거래란 주식 현물과 선물의 미세한 가격 차이를 노리고 매매를 반복해 수익을 거두는 투자 방식이다. 사고파는 걸 반복하다 보니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다. 우정사업본부는 코스피200지수와 연계된 ETF를 매수하고 관련 선물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차익거래를 재개한 이후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인 베이시스가 평균 0.36을 기록했다. 김남기 삼성자산운용 ETF운용팀장은 “코스피지수가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높은 상황(콘탱고)이 자주 발생했다”며 “차익거래에서 수익을 낼 기회가 조성되면서 거래가 늘었다”고 말했다.

◆상승장 예상하는 투자자 늘어

대형주 장세에서 종목보다 ETF 투자를 선호하는 기관과 개인투자자도 늘고 있다. 중소형주나 식음료, 바이오 등 시장 주도주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경기 흐름과 시장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굵직한 이슈가 터져 나올 때마다 ETF 거래량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19대 대통령선거 다음 날인 지난 10일엔 ETF 거래량이 전체 유가증권시장의 32.4%를 차지했다. 증시 상승을 기대하는 코스피200 추종 ETF나 지수 대비 두 배의 수익률을 내는 레버리지(유가증권시장 거래량의 13%) ETF 거래가 대부분이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이긴 작년 11월9일과 11월10일에도 시장이 한 차례 폭락한 뒤 반등을 예상하고 ETF를 사는 투자자가 적지 않았다. 전체 유가증권시장 거래량 가운데 45.5%와 33.7%가 ETF 거래였다.

코스피지수 1800선에서 인덱스·레버리지 ETF를 사고 2000선에서 환매하는 ‘박스권 매매’ 패턴도 점차 벗어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26일 2200선을 넘어선 직후 인버스 ETF에 자금이 몰렸지만 최근 한 달 동안엔 ‘미래에셋TIGER200’과 ‘삼성KODEX200’에 3408억원이 유입됐다. 김 팀장은 “상승장이 이어질 것으로 본 투자자들이 박스권에서 벗어난 뒤 거래량을 늘리고 있다”며 “이전엔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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