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금미 콜로플라스트코리아 대표, '칼퇴' 독촉하는 리더…"워킹맘 늘면 일터도 행복"

입력 2017-05-24 18:15
김정은 기자의 여풍당당 (14)

최고의 교육은 일하는 엄마
여성 특유의 꼼꼼한 일처리 기업 신뢰 높이는데 큰 몫
일·가정 두 토끼 잘 좇아야

배뇨 제품에 디자인 입혀 2년 만에 매출 2배로 '껑충'


[ 김정은 기자 ] 세계적으로 창업 붐이 일고 정부도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으나 창업의 벽은 여전히 높다. 출산과 양육 등을 해야 하는 여성에겐 더욱 그렇다.

배금미 콜로플라스트코리아 대표(사진)는 “한국에서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것은 여성이 커리어를 쌓는 데 좋은 방법”이라며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콜로플라스트는 1954년 설립된 덴마크 회사로 세계 42개국에 지사를 뒀다. 한국에는 2007년 법인을 세웠으나 실적은 지지부진했다. 배 대표가 ‘구원투수’로 나선 건 2014년 3월. 당시 60억원대에 머무르던 매출은 배 대표의 개혁 드라이브 덕분에 올해 15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틈새시장 1위 지키는 강소기업

배 대표는 부임하자마자 회사 곳곳에 ‘메스’를 댔다. 직접 병원을 찾아다니며 영업에 나섰다. 이 회사의 주요 제품은 암환자용 장루용품(배변주머니)과 배뇨관리 제품이다. 크기를 대폭 줄이고 디자인까지 신경 쓴 획기적인 제품을 잇달아 내놓았고 세계적인 상인 레드닷 디자인상을 받았다. 주요 회의엔 임원진을 모두 참석시켜 치열한 토론을 했다.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게 했고 배 대표는 중재자로 참관만 했다.

결과는 실적 향상으로 나타났다. 배 대표는 “장루 및 배뇨 제품은 일종의 틈새시장”이라며 “우리 제품이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40%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척수를 다쳐 혼자 소변을 볼 수 없는 환자들은 요도에 관 모양의 얇은 호스인 카테터(자가도뇨 소모품)를 삽입해 소변을 인위적으로 뽑아낸다. 보통 하루 여섯 번 정도 카테터를 넣는다. 그동안 보험이 되지 않았으나 올해부터는 후천성 환자에게도 건강보험이 확대 적용되면서 비용 부담이 기존의 10%로 줄었다. 이 회사는 얼마 전 후천성 신경인성 방광환자에 대한 보험 적용 및 요양급여 수령 등으로 구성된 ‘콜로플라스트 케어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워킹맘 많을수록 건강한 사회

그는 대학 새내기 때 미국에 이민 가 메릴랜드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서던일리노이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딴 뒤 제너럴모터스에 입사했다. 결혼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왔고 쌍용그룹 기획실과 프랭클린템플턴, DHL코리아를 거쳐 존슨앤드존슨 멘토사업부 아시아총괄본부장을 지냈다.

배 대표는 “30여 년간 일하면서 주로 마케팅을 담당했다”며 “마케팅의 기본은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을 관찰하는 것이기 때문에 차를 운전하지 않고 꼭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 회사는 대표인 내가 가장 먼저 ‘칼퇴(정시 퇴근)’를 한다”며 “일과 가정의 균형이 잘 맞아야 조직 구성원이 마음 놓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한글로벌기업대표자협회(GCCA)에 소속돼 대학생들에게 무료 강연을 하고 있다. 강연 때마다 “여성에게 잠재된 모성애가 업무에 응용되면 꼼꼼함과 근면성 등의 효과를 낸다”며 “일하는 엄마의 모습이야말로 아이에게 최고의 교육법이고, 워킹맘이 많아져야 건강한 산업생태계가 조성된다”고 강조한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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