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세대론'

입력 2017-05-24 13:42
수정 2017-05-24 13:43


(조미현 정치부 기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개혁성향의 진보경제학자를 대표합니다.이에 머물지 않고 과거 삼성 등 대기업의 주식을 직접 사들여 주주총회에서 적극적 발언권을 행사하는 ‘소액주주 운동’을 확산시킨 실천가이기도 합니다.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그를 ‘경제정책의 컨트롤러’인 정책실장에 중용한 것은 이론과 실천력을 겸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장 실장과 함께 김동연 아주대 총장이 경제부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는데요. 장 실장은 김 경제부총리 후보자와 첫 인연으로 ‘아주대 강의’를 꼽았습니다. 2015년 4월 김 총장의 부탁으로 고려대 교수인 그가 아주대 학생들 앞에서 강연을 한 것입니다. 당시 강연을 유투브에서 찾아 직접 보게 됐습니다. 강연 내용은 한국경제신문 5월 23일자 기사로 썼습니다. 기사에 쓴 내용 외에 장 실장이 언급한 ‘세대론’이 흥미로웠습니다.

지금의 60~70대는 산업화 세대로 부릅니다. 한국을 빈곤으로부터 탈출시킨 세대입니다. 장 실장은 강연에서 6070세대에 대해 “사회를 빈곤으로부터 탈출시켰지만 자신들은 나이 들어 빈곤에 빠졌다”고 지적했습니다.

50대와 60대 초반 세대는 ‘가교 세대’라고 했습니다. 앞 세대의 산업화를 이어 완성한 세대입니다. 또 민주화를 시작한 세대입니다. 장 실장은 “부모를 모시고 자식에게 헌신하는 세대”라며 “한창 일할 나이에 외환위기를 맞아 명예퇴직을 하고, 온갖 시대적 고통에도 부모와 자식 때문에 소리내 울 수 없는 세대”라고 했습니다. 이들은 민주화를 시작한, 시대를 변화시킨 ‘세대 정신을 가진’세대로 꼽았습니다.

40~50대 초반 세대는 민주화를 확대한 세대입니다. 한국에 진정한 절차적 민주주의를 쟁취한 세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 실장은 이들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는데요. 그는 “(이들이)사회 주류로 진입하게 되면서 민주화 훈장 차고 활개를 치는 동시에 경쟁을 유발하고 사회 왜곡을 시작한 세대”라고 지적했습니다. 자녀들의 조기유학, 원정 출산, 선행학습 등을 만든, 풍요 속에서 주도적으로 불평등을 심화시킨 세대라고 비판했습니다.

지금의 30대는 10년 전 우석훈이라는 경제학자가 ‘88만원 세대’로 불렀습니다. 당시 20대였던 88만원 세대는 10년이 지나 3포(抛) 세대가 됐습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댑니다. 장 실장은 “단순화한 것이지만 아프다고 위로받으려고만 하고 저항 대신 순응을 했다”며 “세상의 잘못을 자신의 잘못으로 생각하고, 많은 것을 포기하면서도 인정을 안하고 긍정의 행복만을 얘기하는 세대”라고 했습니다.

장 실장은 강연을 들으러온 20대 대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여러분의 세대 정신은 무엇입니까.”

장 실장은 “20대 스스로 잉여세대라고 부르는 걸 보면서 정말 가슴이 쓰렸다”고 했습니다. “앞세대(30대)는 아프다고 해서 위로 받았는데 여러분 세대는 열정노예를 스스로 자청하는 세대다. 심지어 차별에 찬성하고 있다. 앞세대는 강요된 복종을 했다면 여러분은 자발적 복종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스스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며 “어느 정당이든 후보든 관계 없이 여러분의 요구를 국가 아젠다로 만든다고 약속하는 정치인에게 투표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주문했습니다.

“여러분이 30대가 됐을 때 여러분의 세대정신은 어떻게 평가될까요. 저는 평등화 세대였다고 불리길 바랍니다. 더불어 함께 잘 사는 정의로운 자본주의를 만들자는 화두를 제시하는 세대말입니다. 한국 사회는 불평등합니다. 이를 평등하게 만들 힘은 여러분이 가지고 있습니다.”(끝)/mwise@hankyung.com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