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서 목소리 높이는 이익단체
총수 집 앞까지 찾아가 '민원성 집회'
삼성전자서비스노조도 직접고용 요구
"30년前 노동계 거리투쟁 다시 보는 듯"
[ 강현우/문혜정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가 24일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대규모 집회를 연다. 재벌개혁, 노조 파괴 금지 등 핵심 요구들의 시행을 문재인 정부에 촉구할 계획이다. 환경단체와 각종 이익단체도 거리로 나서고 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등은 23일 “4대강 사업으로 건설한 댐들을 해체하라”는 성명을 냈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도 이날 ‘대기업 골목상권 침탈 규탄대회’를 열고 대형마트 입점 중단 등을 요구했다. 경제계는 이 같은 움직임이 문재인 정부 출범을 계기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노동시장이 더욱 경직되고 기업 활동의 자유가 위축되면 경제 활력이 빠른 속도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힘받는 공공노조
지난 정부에서 ‘4대 구조개혁’ 대상으로 몰린 공공부문 노조가 선제적으로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이날 청와대 근처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 일자리위원회 산하에 보건의료분과를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정해선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1년에 2400시간에 달하는 근로시간만 줄여도 보건의료 부문에서 50만 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정부의 대표적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정책인 성과연봉제는 폐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도 성과연봉제를 포함한 4대 지침 폐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예금보험공사 노사는 지난해 4월 금융공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의했지만 11월 노조집행부가 바뀐 뒤 성과연봉제 합의 무효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 같은 움직임은 벌써 50여 개 공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와 전국교직원노조 등 현재 법적으로 노조 판정을 받지 못한 ‘법외 노조’들은 이번 정부 들어 노조 지위 인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금속노조도 동시다발전
기업을 상대로 한 집단행동도 본격화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면서 전국의 노조 간부 4000여 명을 참석시켜 세(勢)를 과시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한국GM·금호타이어·조선소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집회도 연다. 또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조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조는 지난 16일 해고자 복직, 원청 직접고용을 주장하는 ‘노동기본권 쟁취 공동추진단’을 조직해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오는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감된 서울구치소 앞에서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업체 소속인 직원들의 고용 형태를 SK브로드밴드처럼 대기업 정규직으로 전환해달라는 요구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나라위원회와 민주연구원이 공동 작성한 ‘신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 보고서에 제시된 10대 즉시 시행 과제에 ‘최저임금 공약 준수 의지 천명’과 ‘노동개악 4대 행정지침 폐기’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문 대통령이 이들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익·직능단체들도 가세
골목상권을 보호해달라는 주장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문 대통령의 공약에 담겨 있는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를 조속히 시행하라는 요구다.
그동안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합의 형태로 지정해온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법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 규탄대회’를 열고 대형마트 입점 시 주변 상권에 대한 사전영향평가제를 즉시 도입하고 의무휴업일제를 확대하는 한편 동네슈퍼를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촉구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전국 각지에서 노동조합 설립과 파업이 잇달았던 모습이 떠오른다”며 “문재인 정부가 이들의 욕구를 질서정연하게 관리하지 못하면 모처럼 반등하고 있는 경기가 확 꺾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현우/문혜정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