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자문위원회 출범…문재인 정부 5년 밑그림 그린다

입력 2017-05-22 18:11
수정 2017-05-23 05:38
증세·복지론자로 채워진 국정위…산업정책은 '육성'보다 '약자 보호'
국정운영 5개년 계획 6월 말까지 마련

경제·사회·외교안보 등 6개 분과별 밑그림 완성
7월초 대통령에 보고

정책집행에까지 참여 힘들어 '계획' 따로 '집행' 따로
'엇박자' 낼 가능성도


[ 김일규 / 김채연 기자 ]
문재인 정부 5년간 국정 운영의 밑그림을 그릴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22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자문위는 오는 6월 말까지 문재인 대통령 공약을 새 정부의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으로 마련해 7월 초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분야별 구체적인 국정 계획은 △기획 △경제1 △경제2 △사회 △정치·행정 △외교·안보 등 6개 분과에서 결정된다. 이에 따라 각 분과위원장과 분과별 위원들의 철학이 국정 계획에 반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분과위원장과 위원 상당수가 증세론자 및 복지 확대론자로 채워져 국정 계획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획분과위원장은 줄곧 대기업 증세를 주장해 온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맡았다. 기획분과는 다른 분과에서 마련한 과제를 총괄 조율하는 등 전체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는다. 윤 의원은 지난해 당 정책위원장 시절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특히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 인상을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해 9월 법인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개정안은 최고세율 25%가 적용되는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윤 의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로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그동안 법인세를 수차례 인하했으나 이는 대기업의 사내유보금 증가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산업·기술 정책을 담당하는 경제2분과위원장은 이개호 민주당 의원이다. 산업 육성보다는 약자 보호에 관심이 크다는 평가가 많다. 그는 지난 2월 원자력발전 사업자에게 지역자원시설세를 물리는 내용의 지방세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원자력발전소가 방사성폐기물을 다른 사업자에게 맡기지 않고 발전소 안에 저장하는 경우 잠재적 위험을 안게 되는 지방자치단체를 위해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교수 출신들 “수당·연금 늘릴 것”

재정·금융 분야를 담당하는 경제1분과위원장은 이한주 가천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가 맡았다. 그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대표 복지정책인 ‘청년배당’ 제도를 설계했다. 청년배당은 3년 이상 성남시에 거주한 만 24세 청년에게 분기마다 25만원(성남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청년배당은 문 대통령의 공약인 ‘청년구직 촉진수당’과 궤를 같이한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정부의 공공 고용서비스에 참여하는 취업준비생(18~34세)에게 최대 9개월간 월 30만원 이상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따라서 이 위원장은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자문위에서 복지 정책을 총괄하는 사회분과위원장은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다. 김 교수는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복지 분야를 맡았다. 65세 이상 중 소득 하위 70%에 지급하는 기초연금 지급액을 현행 월 10만~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일괄 인상하는 공약을 설계했다. 논란이 된 국민연금과 연계 폐지(국민연금 수령액이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기초연금을 깎는 현행 제도를 폐지하는 방식)도 그가 주도했다.

◆정부와 ‘엇박자’ 낼 우려도

이번 자문위가 마련한 국정 계획이 실제 집행 과정에서 현실에 부딪힐 가능성도 있다. 과거 대통령직 인수위원들은 공약을 현실에 맞게 국정과제로 다듬은 뒤 청와대 또는 정부부처에 들어가 집행 과정까지 참여했지만, 이번 자문위원들의 경우 정책 집행에까지 참여하기는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계획을 만드는 사람 따로, 실행하는 사람 따로라는 얘기다.

자문위 실무위원회에 참여하는 한 정부 관료는 “자문위원 대부분이 정책 실무 경험이 적어 현실에 맞지 않는 무리한 계획을 세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자문위가 정부가 출범한 뒤 활동을 시작해 정부와 엇박자를 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일규/김채연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