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기업이 법원에 중지 요청 가능
'전속고발권' 폐지 대안으로 급부상
[ 황정수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속고발권 폐지’의 대안으로 개인이나 기업이 거래 상대방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법원에 직접 금지명령을 요청할 수 있는 ‘사인(私人)의 금지청구권’ 도입을 추진한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한 제재 기관을 공정위와 법원으로 이원화해 공정위의 고발권 독점에 대한 비판을 피해가겠다는 것이다.
2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에게 전속고발권 폐지의 대안으로 우선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할 수 있는 기관을 확대하고 그 후에도 ‘공정위가 고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면 사인의 금지청구권을 도입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공정위는 전속고발권을 갖고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고발해야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 다만 공정위의 고발권 독점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2014년부터 감사원 중소기업청 조달청에 고발 요청권을 부여했다. 이들 기관이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는 무조건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 공정위는 이번에 고발 요청을 할 수 있는 기관을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후 상황에 따라 사인의 금지청구권 도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사인의 금지청구권이 도입되면 전속고발권을 폐지하지 않고도 공정위의 조사·고발권 독점이 일부 해소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도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금지명령을 내릴 수 있어 불공정행위 피해자가 공정위의 제재를 기다릴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에도 사인의 금지청구권은 도입돼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속고발권 유지를 통해 형사소송 남발을 막고 사인의 금지청구권 도입으로 ‘민사적 피해구제 수단’을 확보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은 공정위가 대기업 고발에 여전히 소극적이라며 선거 기간에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형사소송 남발 등의 이유로 전속고발권 폐지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공정위가 고발 요청권 확대와 사인의 금지청구권 도입을 꺼낸 배경이다.
공정위는 대통령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이 같은 방안을 보고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 내정자도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전속고발권 개선 논의 땐 공정위의 행정 규율, 이해당사자들의 민사 규율, 검찰 등의 형사적 규율을 조화롭게 체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정위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