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탄도미사일 대량 생산"
미사일 계속 쏘는 북한
고체엔진 쓴 '북극성-2형' 발사준비 30분→5분으로
전문가 "한손엔 빠른 권총 한손엔 정확한 소총 들고 위협"
"ICBM급 미사일 개발 땐 미국·북한 대화 판 깨질 우려"
[ 정인설 / 이미아 기자 ]
“한 손엔 재빠른 권총을 쥐고 또 다른 손으론 정확한 소총을 들고 협박 중이다.”
북한이 22일 두 가지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발표하자 국내 한 미사일 전문가는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5분 만에 발사 준비를 할 수 있는 ‘북극성-2형’과 원거리 정밀타격을 할 수 있는 ‘화성-12’에 관한 내용이었다. 북한은 이날 신속한 고체연료를 쓰는 북극성-2형과 정확도가 높은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화성-12를 한꺼번에 내세워 한국과 미국을 위협했다. ‘살길은 핵과 미사일밖에 없다’고 보고 주변 정세에 관계없이 미사일 기술을 발전시켜 대미(對美)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게 북한의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미사일 개발 수준
북한 미사일 개발의 최종 목표는 미국 본토 타격이다. 미 동부까지 사정권에 두려면 사거리가 1만5000㎞가 돼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까지 사거리 5500㎞ 이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양산하지 못하고 있다.
사거리가 전부는 아니다. 은밀하게 쏘는 기술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북한이 가장 많이 쓰는 액체연료는 부적합하다. 연료 주입 시간 때문에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데 30분 이상 걸려 인공위성에 포착되기 쉽기 때문이다. 대안은 고체연료다. 연료 주입시간이 짧아 5분 만에 준비가 끝난다. 북극성 계열의 미사일은 모두 고체연료다. 하지만 고체연료는 액체연료에 비해 힘과 정밀도가 떨어진다. 바꿔 말하면 고체연료의 신속함과 액체연료의 정확함을 갖추면 완벽한 ICBM 기술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이 단계에 이르기 위해 고체연료와 액체연료를 모두 개발하고 있다. 북극성-2형은 고체연료를 쓰고 화성-12는 액체연료를 사용한다. 북한은 이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북극성-2형의 부대 실전배치와 대량생산을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또 화성-12의 목표물은 처음으로 미 하와이와 알래스카라고 못박았다. 특히 액체연료보다 개발이 어려운 고체연료 미사일의 사거리를 3500㎞가량으로 늘린 것은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엔진의 안정성을 확보한 뒤 화성-12나 북극성-2형에 들어간 엔진 2~4개를 합쳐 1단 추진체를 만들면 사거리는 1만5000㎞ 안팎까지 늘어날 수 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고체연료를 쓰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실전배치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 중국 정도밖에 없다”며 “북한의 고체연료 미사일 기술은 세계 4강권에 속하고 제3세계 국가 중 최고 수준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몸값 높여 협상력 강화
북한이 잇단 미사일 발사로 위협 수위를 높이는 것은 북·미 협상에 대비해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까지 대북 압박 노선을 강조해온 미국은 이달 들어 북한과 대화할 뜻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적절한 상황이 되면 김정은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 국면이 조성되자 북한은 핵과 미사일 역량을 최대한 부각하고 있다. 지난달 6~7일 미·중 정상회담 직후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까지 거론될 때 미사일 실험을 자제한 것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사일 기술로 몸값을 높인 뒤 미국과의 협상에서 더 많은 보상을 얻어내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해 대미 협상장에서 주도권을 쥐려 한다는 설명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정확한 사거리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최근 들어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며 “북한이 ICBM급 기술을 확보하는 단계에 이르면 북·미 대화의 판 자체가 깨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인설/이미아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