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무] 용산전자상가를 '4차산업혁명' 기지로…2년새 60개 제조업 스타트업 창업 보육

입력 2017-05-22 17:00
벤처인사이드 엔피프틴(N15)


[ 김태호 기자 ] ▶마켓인사이트 5월22일 오전 11시

과거 전자제품 유통 메카였던 서울 용산전자상가에 빈 상점이 늘고 있다. 전자상거래의 급성장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긴 탓이다. 하지만 나진상가 15동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청년 창업가들과 3D프린터, 표면실장기술(SMT) 장비와 같은 첨단 기계가 가득하다.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창업보육기관)인 엔피프틴(N15)은 나진상가 15동을 ‘4차 산업혁명’ 중심지로 바꿔놓고 있는 주인공이다. 2015년 제조업 전문 액셀러레이터를 목표로 문을 연 지 2년 만에 약 60개 스타트업의 창업 보육을 했다. 이 중 10곳에는 직접 투자했다. 창업엔 젊은 회계사와 KAIST 출신 사업가가 함께 참여했다. 허제 대표(왼쪽)는 삼일회계법인 회계사 출신이고, 공동 창업자인 류선종 대표(오른쪽)는 군인용품 전문몰 ‘군바리365’ 창업자다.

두 사람을 창업으로 이끈 결정적 계기는 허 대표의 책이었다. 대학 재학 시절 우연히 시애틀 보잉사 공장을 방문했던 그는 “복잡한 항공 부품을 3D프린터로 생산하는 것을 보고 제조업의 혁명적 변화를 예상해 관련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2013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간한 3D프린터 관련 책이 당시 기술창업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때마침 이 책을 본 나진산업(나진상가 운영업체) 측에서 연락이 왔다. “나진상가를 창업기지로 바꿔보자”는 내용이었다.

허 대표와 류 대표는 미국과 중국 등지에서 유행하던 ‘제조업 창업 공간’에 주목했다. 3D프린터와 같은 제조 장비를 갖추고 창업을 원하는 누구나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었다. 미국에선 ‘테크숍’이라는 브랜드로 확산하고 있었다. 각종 전자부품과 기술자가 가득한 용산전자상가는 이런 테크숍을 구현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2015년 10월엔 문재인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과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곳을 찾아 청년들의 창업을 격려했다. 지난해 서울시는 N15과 함께 나진상가에 ‘디지털대장간’이라는 제조혁신공간을 열기도 했다. 허 대표와 류 대표는 “제조업과 소프트웨어 사고를 접목한 창업이 중요해지고 있어 최근엔 ‘코딩 교육’ 같은 사업 확장을 준비 중”이라며 “청년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