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름의 왜&때문에] 라면에 '카레'만 넣으면 참패…'카레라면의 저주' 왜

입력 2017-05-22 15:21

라면, 좋아하시나요.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라면을 가장 많이 먹는 나라입니다.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WINA)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라면 소비량은 38억3000만개. 1인당 74개 꼴입니다.

전체 소비량은 중국(홍콩 포함), 인도네시아, 일본, 베트남, 인도, 미국에 이은 7위지만 1인당 소비량은 74개로 1위입니다. 2위권인 베트남(51.6개), 인도네시아(50.4개)와는 20개 이상 큰 격차가 있죠.

라면 종류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합니다. 일반적인 고기육수형 국물라면 외에도 짜장라면, 짬뽕라면, 우동, 비빔면, 메밀소바까지 나오고 있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 다양한 라면 시장에서 유독 힘을 못 쓰고 있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바로 '카레라면'입니다.

1970년대 삼양식품이 처음으로 카레라면을 출시한 이후 수많은 카레맛 라면이 나왔지만 소비자들의 냉정한 평가를 견디지 못하고 단종됐습니다.

현재 팔리고 있는 카레라면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것이 2007년 '백세카레면'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가 단종된 후 2014년에 리뉴얼된 오뚜기 카레라면이죠. 라면시장에서 카레가 어느 정도로 푸대접을 받고 있는 지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카레라면에 대한 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특히 업계 1위인 농심의 카레라면 도전기는 눈물겨울 정도입니다.

30년 전인 1975년 카레면을 시작으로 짜파게티의 성공을 업고 도전한 카레게티, 짜장범벅의 카레 버전인 카레범벅, 일본의 유명 레토르트 카레 제조사인 하우스사와의 협업을 통해 만든 카레면, 둥지쌀국수카레 등 6종류의 카레라면을 내놨지만 모두 시장에서 참패해 단종됐습니다.

카레와 라면의 조합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 걸까요. 하지만 일본식 카레집에서는 카레우동이 인기 메뉴 중 하나입니다. 농심이 운영 중인 일본식 카레 전문점 코코이찌방야에서도 카레우동을 팔고 있죠. 카레와 면은 충분히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조합이라는 뜻입니다.

해답은 카레우동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카레우동이 인기 있는 곳은 우동 전문점이 아니라 카레 전문점이죠. 면 요리가 아닌 카레 요리로 접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농심이 7번째로 도전하는 카레라면인 카레라이스 쌀면 역시 이런 점을 고려한 듯합니다. 실제 카레와 비슷한 농도를 구현해 라면보다는 카레라는 느낌을 주려고 했습니다.

그간 출시됐던 카레라면들이 카레도 아니고 라면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 있었던 것을 실패 이유로 보고 보다 적극적으로 '카레맛'을 내기 위해 노력한 겁니다.

농심 측도 "카레라면이 아닌 카레요리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며 "분말스프와 건더기를 배 이상 늘렸다"고 설명합니다.

과연 농심이 5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카레라면의 저주'를 깰 수 있을까요. 지켜볼 일입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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