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네이버 FARM] 뉴질랜드 농부도 찾아와 배워가는 40년 '버섯 명인'

입력 2017-05-18 19:58
귀농인의 스승 - 이남주 자연아래버섯 대표

35만원으로 시작한 버섯농사
연매출 20억까지 키워낸 농진청이 인정한 농업기술명인

"이젠 후배 농업인 키우는 보람"
매년 120명씩 봉지재배법 교육


[ 홍선표 기자 ] 경기 여주시 강천면에서 버섯을 재배하는 이남주 자연아래버섯 대표(59·사진)는 국내 대표적인 ‘버섯 명인’ 중 한 명이다. 1979년 버섯 농사를 시작한 그는 새로운 재배법을 개발하고, 자신의 노하우를 주변에 전수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농촌진흥청이 선정하는 ‘대한민국 최고 농업기술명인’으로 뽑혔다. 대형마트 등에 버섯을 납품하던 3년 전까지만 해도 매년 15억~2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렸다. 버섯 재배로 부를 일군 그는 2015년부터 버섯 생산량을 줄였다. 버섯 납품을 두고 다른 농가들과 경쟁하는 대신 젊은 농민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수하는 데 집중하기 위해서다. 최근 방문한 이 대표의 농장은 작은 ‘버섯 왕국’ 같았다. 3만3000여㎡(약 1만 평)의 땅에 연면적 4100㎡(약 1200평) 규모의 실내 버섯 생산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라디오 방송이 바꾼 인생

이 대표의 어린 시절은 가난했다. 4세 때 아버지를 여읜 그는 어렵게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경남 마산(창원시로 통합)에 있던 육영재단의 직업학교에 들어갔다. 기술을 배워 홀어머니와 세 명의 누나·여동생을 보살피기 위해서였다. 1년여 동안 직업훈련을 받고 2개의 자격증을 딴 뒤 바로 공장에 취직했다. 그러나 공장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았던 그는 3개월 만에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에 돌아왔다.

▷버섯농사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여주 고향집에서 일자리를 구하면서 지내다가 우연히 라디오 뉴스를 하나 들었어요. 이계진 아나운서가 진행한 뉴스였는데 버섯을 키워 많은 소득을 올리는 농장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방송국에 편지를 보내 뉴스에 나온 농장이 어딘지 물어봤더니 ‘대한버섯연구소’라는 농장이라면서 주소와 연락처를 알려주더군요.”

▷거기서 버섯 재배기술을 배운 건가요.

“거기선 딱 하루만 재배기술을 배웠어요. 종이 한 장에 버섯을 어떻게 키우는지 정리해서 갖고 나온 게 전부였죠. 1979년 고향집 마당에 52㎡(약 16평) 규모 재배하우스 한 동을 지은 게 버섯 농사의 시작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어렵게 마련해준 35만원이 종잣돈이 됐습니다.”

느타리버섯 신(新)재배법 실용화

그는 버섯 관련 자료를 닥치는 대로 구해 읽으며 재배기술을 독학했다. 1981년 영농 후계자 자금을 지원받아 재배 시설을 넓혀나갔다. 이 대표가 ‘버섯 명인’ 반열에 오른 건 버섯 재배에 사용할 수 있는 기계를 직접 개발해 특허를 획득하고 국내외 신기술을 습득해 자신만의 노하우를 갖췄기 때문이다. 그는 1988년 느타리버섯을 비닐봉지에 넣어 키우는 ‘느타리버섯 봉지재배법’을 실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비닐봉지 안에서 버섯을 키우는 게 대수롭지 않은 기술로 보일 수 있지만 당시 국내에선 일본에서 들여온 봉지재배법을 제대로 실용화한 곳이 없었다.

▷새로운 재배기술은 어떻게 개발했나요.

“처음엔 봉지 안에 배지(培地: 식물에 필요한 영양분이 들어 있는 물질)를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도 몰랐어요. 일본 신문에서 농민이 버섯과 배지를 들고 있는 사진을 보면서 대략적인 양과 크기를 추정했을 정도니까요. 각종 자료를 구해서 읽고 농촌진흥청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배합비율을 알아냈습니다.”

부자 농부 키워내는 게 꿈

새로운 재배법을 실용화해 버섯을 대량 재배하는 데 성공했지만 수익이 당장 오르지는 않았다. 도매상인들은 봉지재배법으로 키운 버섯의 모양이 이상하다며 낮은 가격을 매겼다. 이 대표가 키운 버섯을 찾는 사람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최고농업기술명인으로 선정된 2013년엔 연매출이 17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그는 2015년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대형마트, 생협과의 거래를 정리하기로 한 것이다. 버섯 농사에 문제가 생겨서 그런 게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해부터 후배 농민 교육에 집중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하는 국내 첫 농산업 현장실습교육장(WPL)인 그의 농장에선 매년 120여 명이 버섯 재배교육을 받는다. 12일 동안 100시간의 교육을 이수하는 강도 높은 과정이다. 그동안 미국, 불가리아, 뉴질랜드, 아랍에미리트, 가나 등의 농민들도 이곳에 와 버섯 재배 기술을 배워 갔다. (총 4000자 분량으로 지면 사정상 줄여 싣습니다)

여주=FARM 홍선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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