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동행 인터뷰 "벼 직파재배 확대로 영농시간·비용 대폭 절감"

입력 2017-05-17 17:43
수정 2017-05-18 05:53
'농가소득 5000만원'시대

농사짓는 시간 줄어들어 일손부족 해결 도움
생산비용 10% 가량 감축

1300억원 무이자 대출…농기계은행서 파종기 지원

쌀 과잉문제 해결 위해 생산조정제 확대 실시를


[ 오형주 기자 ]
“5000년을 이어온 쌀농사는 우리 민족이 포기할 수 없는 생명줄입니다. 오늘 직파재배를 선보여 쌀값 하락으로 시름하는 농민에게 희망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16일 전남 나주시 동강면 옥정리. 영산강이 굽이쳐 흐르는 마을에서 푸르름을 더해가는 들녘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잠시 후 김 회장은 정황근 농촌진흥청장 등과 함께 파종기에 올라 무논(물이 고인 논)에 볍씨를 뿌리는 ‘무논점파’를 직접 시연했다. 파종기가 움직이면서 벼 종자를 일정한 간격을 두고 균일하게 뿌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날 시연회에는 당초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도 전남지사 자격으로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 후보자가 지난주 지사직에서 물러나면서 권한대행을 맡은 김갑섭 행정부지사가 대신 현장을 찾았다.

직파재배란 별도의 못자리를 설치하지 않고 싹을 틔운 볍씨를 직접 논에 뿌려 재배하는 방법이다. 못자리에서 기른 모를 옮겨 심는 이앙법과 구별된다.

벼농사 하면 흔히 ‘모내기’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모내기를 하는 이앙법은 조선 중기 본격적으로 보급됐다. 직파에 비해 제초관리에 용이하고 더 많은 수확량을 올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전엔 볍씨를 직접 뿌리는 직파 방식으로 농사를 지었다.

한동안 외면받던 직파는 재배기술이 발전하고 파종기 등 기계가 개발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이앙법에 비해 생산비와 영농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직파재배는 ㏊당 생산비가 677만원으로 기존 기계이앙법(752만원)보다 75만원(10%) 낮다. 노동 시간(73시간)도 95시간에 달하는 이앙법에 비해 22시간(23%)이나 적게 든다. 김 회장은 “직파는 생산비는 물론 영농 시간을 대폭 줄여 우리 농촌의 고질적 문제인 일손 부족을 해결해준다”며 “여유 시간을 과수나 밭작물 등 다른 농작물 재배에 투입하면 농가소득을 더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 올해 직파재배 활성화에 무이자 자금 등 1300억원을 투입한다. 파종기 등 기자재도 농기계은행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직파재배 참여 조합은 지난해 52개에서 올해 117개로 확대됐다. 김 회장은 “2020년까지 참여 농협을 200개로 늘리고 면적을 현재 2500㏊에서 4만㏊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시연회를 마치고 파종기에서 내려 잠시 숨을 고른 김 회장은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강력한 생산조정제 실시’ 공약에 대해 “쌀 과잉 생산을 줄이면서도 농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농협이 이미 올해 90억원을 들여 30㏊ 규모 사료용 벼 시범단지를 조성하는 등 생산조정제 시범 사업에 나섰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조만간 신설될 대통령 직속 농어업특별위원회에 대해선 “한국 농업 전반의 과잉 생산 문제 해결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생육·파종 단계부터 생산량을 예측하고 유통구조를 혁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 회장은 “농업에 기술과 자본을 결합한 ‘스마트팜’을 확대하고, 농업에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가미한 ‘농업의 6차 산업화’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문 대통령 공약대로 농업의 환경보전 등 공익적 가치를 반영한 직불제 개편 역시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주=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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