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 푸는 중국
기대 부푼 여행·문화업계
"대선 후 중국 여행사들 하루 수십통씩 전화"
관광공사, 유커 유치 대규모 프로모션 검토
중국 방송사들, 한국 연예인 '입도선매' 나서
[ 김동윤 / 이선우 / 임원기 기자 ]
문재인 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국과 관계 개선을 희망한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가 해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을 한국에서 맞는 역할을 하는 일부 인바운드 여행사는 단체관광 재개에 대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고, 한국관광공사는 단체관광 금지령 해제 이후 중국 주요 도시에서 한국관광 프로모션 행사를 여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중국인 여행 문의전화 이어져
중국 정부는 지난 3월15일부터 한국행 단체관광을 전면 금지했다. 그러나 지난 9일 치러진 한국 대통령선거에서 사드 배치에 부정적 견해를 밝힌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 이후부터 “국가여유국(관광국)이 조만간 여행업계 관계자들을 소집해 한국행 단체관광 금지령을 해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베이징의 한 한국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각종 소문이 돌고 있지만 아직 사실로 확인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여행업계에서는 최근 한·중 간 분위기를 감안할 때 단체관광 금지 해제가 곧 가시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을 전담하는 한국 내 인바운드 여행사들에는 대선을 기점으로 중국인들이 여행 일정을 문의하는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조창희 신천지여행사 사장은 “3월 이후 연락이 끊겼던 중국 측 협력업체에서 대선 2~3일 전부터 문의 전화가 오기 시작하더니 선거 이후에는 하루에도 수십통씩 전화가 오고 있다”며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한국관광 프로모션 방안 마련
한국관광공사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등 각 지방자치단체는 중국 현지 분위기를 예의주시하며 단체관광 재개 이후 팸투어, 현지 로드쇼 등 대대적인 한국 관광 프로모션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도 중국 정부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관련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두 항공사는 중국인 단체관광이 금지되자 4월부터 한·중 노선에 투입하는 비행기 편수를 축소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한·중 간 분위기가 좋아져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단체관광 금지 조치가 풀리면 바로 운항 편수를 늘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에서는 한국행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비자발급 대행 업무 재개를 준비하는 여행사도 등장했다. 중국 정부는 한국 여행 금지령을 내리면서 중국 여행사의 한국 비자발급 대행 업무도 중단시켰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한 중국 여행사가 한·중 관계 개선 조짐이 보이자 비자발급 대행 업무를 재개하겠다는 신청서를 당국에 제출했다”며 “중국 정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중국 대형 여행사에서 조만간 한국 단체관광이 재개될 것이라는 첩보를 듣고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 방송사, 한국 연예인 섭외
문화업계도 한국산 콘텐츠의 중국 내 방영을 금지한 ‘한한령(限韓令·한류 콘텐츠 금지령)’이 조만간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창작 뮤지컬 ‘빨래’의 베이징 공연이 다음달로 확정된 것과 배우 송혜교를 모델로 한 한국 화장품 광고가 중국 드라마의 중간광고로 나온 게 한한령 해제를 예고하는 시그널로 보고 있다.
중국 언론들도 한한령이 머지않아 풀릴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중국 포털사이트 왕이는 14일 ‘3000억원을 증발시킨 한한령이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해제될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한 정상의 전화통화 이후 일부 중국 방송사가 한국 연예인들을 ‘입도선매’하기 위해 한국 연예기획사들과 접촉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이선우/임원기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