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외교 정책이 내달 미국 워싱턴에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16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한·미 당국자가 6월말 워싱턴에서 정삼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역대 정부는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정상회담을 미국과 가져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3개월 만인 2003년 5월 미국을 찾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처음 만났고 임기 동안 총 8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취임 후 첫 외교 일정으로 미국 방문했다. 임기가 시작된 지 2개월여 만인 2008년 4월 캠프데이비드에서 부시 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주한미군 감축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5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만나 '한·미 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양국 대북정책 공조를 재확인하고 협력 분야를 지구촌 문제로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방미 일정에서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는 오점이 남기도 했다.
취임 1개월 만에 미국을 찾는 문 대통령의 외교 일정은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이른 시점이다. 북핵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등 한반도를 둘러싼 문제들이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가에선 출발은 나쁘지 않지만 '가시밭길'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드 배치 비용 부담 문제와 대북정책, FTA, 주한미군 주둔비 등의 문제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접근 방식에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10일 취임 선서식에서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중국과 진지하게 협상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사드 철수를 염두에 둔 발언인지 배치를 인정하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 결정을 뒤집는다면 미국을, 배치를 인정한다면 중국을 자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정책과 관련한 마찰도 예상된다. 미국 언론들은 문재인정부와 트럼프 행정부가 어느 정도의 마찰과 균열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문 대통령 당선으로 인해 "한국이 미국의 대북공조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도 문 대통령이 펼칠 대북정책에 대해 "전임 정부들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면서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핵심 동맹국이 대북 화해정책을 추구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는(WP)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 재개를 원하기 때문에 한미 관계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엔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는 8월을 전후해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회담이 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핵·사드 문제가 중국과도 얽혀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신상진 광운대 국제학부 교수는 "7월에 있을 G20 회담 때 양국 정상이 자연스럽게 만난 뒤 7월 말이나 8월에 정상회담이 열릴 것 같다"면서 "양국 모두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원하기 때문에 사드 관련 갈등은 실무진급 협상 선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한·일 정상회담은 과거사 문제 때문에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다만 양국 모두 조속한 관계 개선을 원하기 때문에 연내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종윤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한·일 정상회담은 얼마나 빨리 진행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성과를 얻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면서 "한·일 양국 정상이 국민을 설득하고, 서로 웃는 얼굴로 만나도록 물밑 교섭을 많이 해야 비로소 정상회담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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