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 6개월만에 자산 규모 9000억원 늘어난 5조8000억원... 연말까지 7조1000억원으로
해외투자 5000억 대체투자 5000억 연내 집행해야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집중 상품선정 회의 도입해 투자 속도 높여... PEF 블라인드 출자, 연내 VC 출자도 검토
이 기사는 05월04일(10:5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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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중앙 노란우산공제는 소상공인·소기업인들의 복지를 위해 2007년 설립됐다. 이 공제회는 지난해 10월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 출신(예산실 국장)인 박영각 CIO(최고투자책임자·공제사업단장·사진)를 선임했다. 공제회의 공적 성격을 감안할 때 기재부, 중기중앙회 등 정부 부처와의 협업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라고 평가받았다.
박 단장은 4일 한국경제신문 마켓인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올 연말께 7조원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 규모에 걸맞는 투자 프로세스를 갖추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부임 후 6개월여 간 운용 업무 관련 내규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는 설명이다. 박 단장은 “저금리 기조를 감안할 때 ‘대체투자’와 ‘해외투자’라는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며 “현재 각각 5.7%대, 7.9%대인 대체투자와 해외투자 비중을 연말까지 각각 10%, 14.2%로 높이겠다”고 했다. 그는 “소상공인과 소기업인의 사회안전망 구축 역할 이바지 한다는 설립 목표를 항상 염두하고 자금 운용을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박 단장과의 일문일답.
Q.공무원에서 공제회의 CIO로 변신했는데 소감은.
30여년의 공직 생활 이후 지난해 10월 부임한 이후 이제 반년이 채 안됐다. 재정관련 업무를 한 경험이 자산운용 업무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는 하나, 새로운 분야를 속속들이 이해한다는 것은 사실 무리에 가깝다.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격언을 명심하고 있다. (웃음)
예산 업무를 하면서 ‘배분’에는 원칙과 형평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뼈져리게 절감했고, 새 업무에도 적용시켜 나가고 있다. 노란우산공제회의 설립 취지에 맞게 공적 책임감을 갖고 일해 나가겠다.
Q.자산 규모가 가장 빨리 늘어나는 공제회로 꼽힌다.
부임 직후인 작년 10월 운용자산 규모가 4조9500억원이었는데, 6개월여만에(지난 1분기 말 기준) 5조8000억원으로 8500억원이나 늘었다. 올해 말에는 올해 7조1000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자산과 만기 자금을 합치면, 한달에 1500억원 가량을 투자해야할 정도다.
Q.노란우산공제회는 시중은행 창구에서 가입자를 대폭 확보해왔다. 그런데 오는 7월부터 은행들도 자영업자 퇴직연금 상품을 출시할 수 있게 허용됐다.
비슷한 상품을 금융사들이 팔수 있게 되면 본회의 자산증가속도가 줄어들 것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동안 노란우산공제회의 브랜드가 꽤나 알려졌다고 본다. 큰 우려는 하지 않고 있다.
Q.선임 이후 가장 중점을 둔 일은 무엇인가.
업무 프로세스를 제도화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봤다. 운용사 선정과 환헤지, 리스크 관리 등 투자 업무를 구체화하고 내규로 만드는 작업을 벌였다.
Q.운용사(GP)들의 불만은 국내 기관들, 그 중에서도 공제회들의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다는 점이다. 자산 증가속도가 빠른 만큼 노란우산공제회의 고민도 남다를 듯 하다.
공무원 시절 정부 재정을 주로 다뤘다. 재정 집행은 검토 시기와 종결 시점이 법률적으로 정해져 있어 빠른 처리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와 보니 운용역들이 개별 투자건을 쥐고 있다가 건별로 일일이 결제를 올리는 방식으로 굴러가고 있었다. ‘집중 상품 선정위원회’를 만들게 된 이유다. 각 운용역과 팀장급을 모아 운용사들이 가져오는 투자건을 간략이 브리핑하고, 선별하는 주례 회의다. 매주 월요일 모든 딜(투자건)을 한꺼번에 테이블에 올려놓고, 검토를 통과한 상품에 한해 투자 심의 절차를 밟는 방식이다.
Q.어떤 효과가 있나.
개별 투자건에 대한 심의 기간이 3주에서 최대 1달까지 단축됐다는 게 가장 큰 성과다. 운용역 서로간에 교차 검증을 하다보니 객관성과 투명성도 높아졌다고 자부한다. 매번 최고의 상품을 고를 수 있다는 건 아니지만, 특정 시점에서 가장 투자할만한 상품을 추릴 수는 있다. 일정을 잘 맞추니 운용사들도 본회에 좋은 투자 건을 먼저 가져다주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Q.자산 배분 차원에서 변화 방향은.
그동안 공제회는 채권위주의 ‘바이 앤드 홀드’ 전략을 펴왔다. 여타 공제회보다 돌려줘야 할 금리(수익률)가 낮기 때문이다. (편집자 주 : 노란우산공제회가 회원에게 돌려줘야할 지급 이자율은 연 2.1%이고, 회원이 파산과 폐업을 하면 0.3%포인트를 더 돌려줘야한다. 교직원·군인·지방행정 공제회는 지급 이자율은 3% 중후반대다.) 시중 금리가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았던 보유 채권의 만기도 속속 도래하니 해외투자와 대체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현 시점 총 자산의 67% 규모인 채권 비중을 올해말까지 62%로 낮출 계획이다.
Q.해외투자 비중 현황과 목표치는.
지난 1분기말 해외 투자 비중(주식·채권·대체)은 4613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7.9%이다. 작년 처음으로 해외 주식에 돈을 넣었다. 국가별, 산업별로 상장지수펀드(ETF)에 돈을 넣는 방식으로 투자했다. 현재 해외주식투자 비중은 1.9%다. 해외 채권 분야에선 국내 우량은행의 KP물에 투자하는 방식이었다. 해외 대체투자도 선진국 부동산 및 대출 펀드 위주였다.
우선 연말까지 해외 투자 비중을 비중을 14.2%, 1조97억원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공제회는 해외 분야에 비해선 신생이나 다름없다는 점을 항상 유의하고 있다.
Q.대체투자 분야는.
지난해 공제회의 총 자산운용 수익률은 3.48% 였다. 그중 대체투자가 4.7%로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올 연말까지 대체투자 비중을 10.0%로, 금액기준으로는 7100억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자산 증가속도를 감안하면 올해에만 대체투자 분야에 5000억원을 투자해야한다. 금년도 4월까지 2030억원 가량을 대체투자에 집행했다. 개별 대체투자건이 200억~300억원이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달 2~3건에 돈을 더 넣어야 한다.
Q.대체투자시 가장 유의하는 점과 향후 유망하게 생각하는 분야는.
노란우산공제회는 대체투자팀을 만든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대체투자를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까지 오피스 빌딩과 호텔, 발전소, 항공기 등의 9건에 1330억원이 투자돼있고, 최근에도 2건에 7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대부분을 캐피탈 콜 방식으로 약정한 금액 기준으로는 80% 가량을 소진했다.
과거 주요 투자처는 가장 안정성이 높은 선진국의 실물형 자산, 그 중에서도 부동산이 중심이었다. 그런데 최근 전반적인 국내외 부동산 가격이 올라 신규 투자건의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부동산 등 실물 자산 위주로 투자하되, 투자 지역과 종목을 다변화해야한다고 본다. 우선 미국 중심에서 유럽으로 발을 넓히고 있고, 경기가 활성화하고 있는 동남아 신흥국에서도 투자건을 찾아보려고 한다. 인수금융 부문에서도 이머징 국가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현재 시장 조사를 활발히 하고 있다.
자산군별로는 인프라 부문이 유망하다고 본다. 발전소 항만 도로 등이 자산에서 우량한 거래 상대방과의 장기계약이 맺어져 있는 물건을 우선적으로 살필 계획이다. 프로젝트 기준으로 건당 200억~300억원 가량씩 분산투자하되, 단일 투자건의 최대 한도는 500억원이다.
Q.해외 대체투자를 넓히겠다고 했는데, 네트워킹에 대한 고민은.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채권 발행업무도 한 적이 있다. 각국 정부에서 발표하는 경제관련 지표에 밝은 편이다. 해외 대사관과 국제기구를 통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80개국에 파견돼있는 대사관 내 재경관들만 잘 활용해도 특정 운용사에 대한 평판조회와 투자 해당국가의 정치적 이슈를 점검하는 정도의 업무는 할 수 있다. 경제관련 국제 기구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해외 리서치 담당자를 채용할 준비도 하고 있다.
Q.사모펀드(PEF)와 밴처캐피탈(VC) 출자는.
조만간 국내 바이아웃(경영권 매매) 사모펀드(PEF) 4곳을 선정해 1000억원을 약정할 계획이다. 뷰티콘테스트를 거쳐 PEF에 돈을 나눠주는 것은 공제회 설립 후 처음이다. 5월 말, 늦어도 6월 초까지는 선정을 마칠 계획이다. 다른 연기금과 공제회들이 출자를 하지 않는 시기를 선택해 빨리 결과를 내려고 한다.
VC 분야는 상당한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안정적 운용이 중요한 만큼, 모태펀드 등 정책금융의 시드머니를 받은 곳 위주로 연내 출자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부처 조직이 어떻게 개편될지 모르는 만큼 지켜봐야 한다. 출자를 결정한다면 역시 공제회 설립 후 최초가 될 것이다.
Q.PEF VC들이 소진하지 못한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약정액)가 많다는 얘기도 있다.
‘돈을 지킨다’는 원칙을 고수하다 보면 벌수 있는 기회도 온다고 본다. 안정성을 갖고 있는 운용사를 뽑아 돈을 맡기려고 한다.
Q.주식 투자 방향은.
주식투자 규모도 현재 1조2183억원에서 연말 1조5975억원으로 늘어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등의 세계 경기 전망은 좋지 않다. 국내외 정치 상황도 쉽지 않다. 한편 한국 기업이 저평가 돼있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국내 증시를 보면 삼성전자 등 대형주가 선도하는 상황인데, 아직 불안하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패시브 투자 위주로 방어적으로 접근하려고 한다.
Q.기업 인수금융 분야는.
프로젝트별 검토 후 우량기업 위주로 집행한다는 원칙이다. 양호한 재무약정 준수 조항을 갖출 거래가 검토 대상이다.
Q.부임 이후 해결한 세재 관련 사안이 있다고 들었다.
기존 300만원이던 공제 부금의 소득공제 기준액을 연간 사업소득금액이 4000만원 이하인 영세사업자에 한해 500만원으로 높였다. 사업소득 4000만원 이하의 회원이 전체의 56%로 과반수가 넘는다. 대신 1억원을 초과하는 소득을 올리는 회원은 200만원으로 공제 한도를 줄였다. 회원 다수에게 혜택을 넓히되, 조세 형평성을 실현하는 차원의 변화다.
Q.최대 고민은.
좋은 상품을 보는 조직의 눈을 기르려고 한다. 어시장에만 가도 사장이 새벽에 일어나 납품되는 생선을 직접 챙기지 않나.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먼저 잡는다’는 격언을 항상 염두하고 있다. 좋은 상품만 받으면 ‘파는(자금 집행을 하는 것) 건’ 문제가 아니다. 내규를 정립하고 투자 검토위를 만든것도 이런 차원에서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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