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정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을 치르면서 측근 그룹의 인력 풀(pool)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친노(친노무현)계에 뿌리를 둔 ‘패권정치’의 딜레마를 탈피하기 위해 ‘통합정치’를 펼칠 인적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캠프 구성부터 당 안팎의 친문(친문재인)계와 비문(비문재인)계를 적절히 조화시켰기 때문이다. 그의 당선을 도운 그룹은 당내 친문 및 노무현 정부 인사, 친문 성향을 띠는 비문 인사, 외부 영입인사 등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이들 가운데 벌써부터 청와대를 비롯해 새 정부 관료로 임명되는 인사가 나오고 있다.
친문 핵심 3인방
노영민·전병헌·최재성 전 의원은 캠프에서 주요 역할을 한 친문그룹의 ‘핵심 3인방’으로 꼽힌다. 우선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비서실장을 지낸 노 전 의원이 꼽힌다. 노 전 의원은 경선 캠프와 본선 선대위에서 모두 조직본부장을 맡으며 결선 없는 경선 승리에 이어 대선 승리까지 이뤄냈다. 조직본부장은 각 지역 권리당원과 일반당원이 선거운동에 열심히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조직을 모으는 중책이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전·현직 의원 모임 ‘달개비’의 좌장이기도 한 노 전 의원은 결국 문재인 정부의 초대 주중 대사에 내정됐다.
전 전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매머드급’ 캠프가 좌충우돌하지 않고 굴러갈 수 있도록 전략을 짜는 전략본부장을 맡았다. 그는 당내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되기 전 서울 여의도에 개인 사무실을 차리고 캠프에 일찍이 참여해 문 대통령의 경선 전략을 주도했다. 4선 의원 출신에 2013년 당 원내대표를 지내며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과의 각종 협상을 이끌어냈다. 그는 지난 14일 당청 관계를 조정할 청와대 정무수석에 임명됐다.
최 전 의원은 지난 2년여간 문 대통령의 ‘막후 헤드헌터’로 활약했다. 지난해 총선 당시부터 이번 대선까지 외부 인재 영입은 주로 최 전 의원이 전담했다. 대선 경선 국면에선 종합상황본부 1실장을 맡으며 유웅환 전 인텔 수석매니저, 귀화 일본인 교수인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양학부 교수,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 등 영입에 관여했다.
친문 및 노무현 정부 그룹
친문그룹은 당 지도부와 전·현직 국회의원이 주축이다. 문 대통령이 후보일 당시 캠프 살림과 조직 분야, 비서 업무 등 보이지 않는 일들을 모두 친문계가 맡았다. 과거 비문그룹이었지만 당내 후보 경선 때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전격 영입된 송영길 의원도 대선을 치르면서 친문 핵심 인사로 자리매김했다. 임종석 전 의원도 대선후보 비서실장에 발탁된 뒤 존재감을 드러내며 결국 청와대 비서실장 자리를 꿰찼다.
임 실장과 함께 캠프의 두뇌 역할을 맡고 있는 김병기 공동 1부실장, 윤건영 2부실장, 안민석 직능본부장, 황희 총무부본부장 등도 대표적인 친문그룹이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인사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 마지막 비서관인 김경수 의원이 문 대통령의 전 일정을 수행하며 ‘그림자’ 역할을 했다.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인 전해철 의원과 ‘3철’ 중 한 명인 양정철 비서실 부실장(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전면에 나서기보다 ‘숨은 조력자’로 대선 승리에 기여했다. 캠프 총괄공동특보단장인 김태년 의원, 수석 대변인인 유은혜 의원도 치열했던 ‘네거티브 선거전’에서 공수 완급 조절을 통해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대선에서 활약한 전직 의원 출신들도 눈에 띈다.
강기정 총괄수석부본부장, 김민석 종합상황본부장, 진성준 TV토론단장을 비롯해 원외에서 지원사격을 한 정청래 전 의원도 빼놓을 수 없는 인사다. 후보 정책과 공약은 친문계인 홍종학 전 의원이 주도했다. 홍 전 의원은 정책위 부본부장을 맡으며 물밑에서 각종 공약 및 정책을 발굴하고 경제·사회·외교·안보 등 각 분야 공약을 교통 정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비문그룹
당내 대선후보 경선 후 캠프에 참여했던 비문계 의원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15인 공동 선대위원장 중 김진표·박병석·김부겸·이종걸 의원은 모두 비문계다. 총괄공동특보단장인 민병두 의원도 당내 비주류 인사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계파는 의미가 없었다. 민병두 의원은 총괄공동특보단장을 맡아 홍준표 한국당 후보의 저격수 역할을 자임했다. 2012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박영선 의원은 경선 당시엔 안희정 충남지사를 도왔지만 본선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서울과 수도권 지역 유세를 주도하며 문 대통령의 ‘특급도우미’로 활약했다. 비문그룹에선 우상호 전 원내대표와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 이재정·기동민 원내대변인 등도 전국 유세현장을 누볐다.
비문계인 이종걸·김부겸 의원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대구·경북지역과 경기 수도권 유세현장을 공략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캠프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진영 의원은 4년 만에 경쟁 후보였던 문 대통령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새로운 ‘킹메이커’가 됐다. 변재일·정성호·신경민·박용진 의원 등도 선거운동에 발벗고 나서 문 대통령 및 당내 친문그룹과 심리적 거리를 좁혔다.
원외 및 외부 영입그룹
조윤제 서강대 교수는 이번 대선에서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을 개발한 싱크탱크인 정책공간국민성장 소장을 맡았다. 문 대통령 대표 공약인 ‘공공일자리 81만개 창출’ ‘당당한 외교’ 공약 등은 조 교수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는 캠프 영입 때만 해도 당내 잡음이 있었다. 2007년 17대 대선 당시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운다)’라는 경제 공약 기본 틀을 짜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공약 근간으로 완성시키는 등 박 전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경제 비전인 ‘제이(J)노믹스’를 설계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막바지에 캠프에 참여해 재벌 개혁과 경제 민주화 공약을 다듬었다.
문 대통령이 신경 쓰고 있는 공정거래 분야에선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 전윤철 전 감사원장 등이 힘을 보탰다.
외교·안보 분야에선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이영탁(노무현 정부 국무조정실장) 10년의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비롯해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정의용 전 주제네바대표부 대사, 조병제 전 주말레이시아 대사,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김화중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도 외부 영입 인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예종석 전 아름다운재단 이사장과 권인숙 명지대 교수, 강경량 전 경기지방경찰청장, 위철환 전 대한변호사협회장도 주요 핵심 영입 인사로 꼽힌다. 영입된 윤영찬 전 네이버 부사장은 초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옛 홍보수석)으로 임명됐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