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길라잡이] 최승노 박사의 시장경제 이야기 (3) 경쟁이란 무엇인가?

입력 2017-05-15 09:01
먹이경쟁 없어 비행능력을 포기한 도도새
생쥐·돼지 등 유입되자 경쟁 못이겨 멸종

최승노 < 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 choi3639@gmail.com >


■ 체크 포인트

경쟁은 역설적으로 협력을 낳고 인간을 더 잘살게 한다. 자유로운 경쟁을 위해 자유로운 환경이 필요하다.


루이스 캐럴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생김새가 우스꽝스러운 새가 등장한다. 억센 부리와 튼튼한 다리에 비해 볼품없으리만치 작은 날개는 마치 둥그스름한 몸뚱이에 살짝 얹힌 장식처럼 보이는 이 새의 이름은 도도. 현재 도도는 소설이나 영화 등에서만 볼 수 있지만, 한때는 지구상에 실재하는 동물이었다.

도도새는 왜 멸종했을까

원래 도도는 인도양에 있는 모리셔스 섬에 서식하는 새였다. 전 세계에서 오로지 모리셔스 섬에만 살던 도도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1507년, 포르투갈 선원들이 이 섬에 첫발을 내디디면서부터였다.

모리셔스 섬은 새들의 천국이었다. 포유류가 살지 않았고, 그 덕분에 다양한 새들이 천적의 위협 없이 마음껏 번식할 수 있었다. 풍요로운 자연 환경은 도도가 서로 먹잇감을 놓고 경쟁하지 않아도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적자생존,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고 강해지려고 노력해야만 하는 치열한 자연의 섭리가 모리셔스 섬에서만은 예외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퇴화였다.

도도의 먹이인 도도나무 열매는 도도가 굳이 올라가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여물어서 땅으로 떨어졌고, 도도는 떨어진 도도나무 열매를 주워 먹기만 해도 충분히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쓸모가 없어진 날개는 점점 작아지고, 마침내 도도는 날지 못하는 새가 되었다.

포르투갈 선원들이 모리셔스 섬에 정박하면서부터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날지 못하는 도도는 포르투갈 선원들에게 손쉬운 사냥의 표적이 되었다. 칠면조 대신 식탁 위에 올라갔고, 푸른 빛깔 깃털은 귀족 여성의 모자 장식이 되었다.

더 큰 비극이 도도를 덮쳤다. 바로 네덜란드 사람들이 모리셔스 섬에 생쥐와 돼지, 원숭이를 들인 것이다. 도도는 땅 위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 습성이 있는데, 바로 이 알이 생쥐와 돼지 그리고 원숭이의 표적이 되었다. 생쥐와 돼지, 원숭이는 닥치는 대로 도도의 둥지를 털어 알을 먹어 버렸다. 결국 한때 모리셔스 섬에서 번성하던 도도는 1681년, 마지막 도도가 죽으면서 불과 100여년 만에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모리셔스 섬의 그 어떤 종보다 도도가 가장 치명적인 직격탄을 맞은 까닭은 도도가 비행 능력이 퇴화된 새였기 때문이었다. 풍족하고 안락한 생활 속에서 편하게만 살아 왔기 때문에 자신을 지키고 종족을 보존할 최소한의 수단, 즉 비행 능력마저 잃어버린 것이다. 그리하여 사람을 비롯한 외래종의 침입에 그토록 순식간에 멸종되었으리라.

경쟁이 없으면 행복해질까?

도도가 끝내 멸종할 수밖에 없었던 비극이 비단 모리셔스 섬만의 일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 인간 세상도 마찬가지다. 도도처럼 서로 경쟁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인류 역시 더는 창조적 발전과 번성을 이루지 못하고 퇴보의 구렁텅이에 빠질지도 모른다.

경제학자 토드 부크홀츠는 저서 《러쉬》에서 날카로운 지적을 한 바 있다. “인정사정없는 이 지상의 삶과 포식자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하려면 다른 인간과 협력해야 했다. 결국 경쟁이 협력을 낳았다. 경쟁은 우리 인류를 비참의 늪으로 끌어당기는 족쇄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토대다.”

이는 사람들이 부와 성공을 거머쥐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노력하는 것이 결코 헛된 일도, 지나친 탐욕도 아니라는 뜻이다. 아니, 오히려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성이자 지금까지 인류가 이룩해 온 진보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경쟁하고 노력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쟁과 노력의 자유를 박탈당한다면 사람들은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무기력과 방만의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승노 < 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 choi3639@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