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엔비디아, 자율주행차 '공동주행'…한국서 첫 상용화 시동

입력 2017-05-14 19:20
초정밀 지도·플랫폼 개발 나서

박정호 사장·젠슨 황 CEO, 올초 미국 CES서 '의기투합'
엔비디아가 AI 솔루션 제공, SKT, 3차원 HD급 지도 제작
교통 빅데이터 플랫폼도 개발…5G 기술로 차량에 빠르게 전달


[ 송형석 기자 ] SK텔레콤이 엔비디아와 손잡고 자율주행 차량에 들어갈 초정밀 지도와 플랫폼을 개발한다. 통신 기술이 발달한 한국에서 첫 자율주행차 상용화 사례를 만드는 게 이번 전략적 제휴의 목표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 업체로 자율주행차를 포함한 인공지능(AI) 분야를 선도하는 기업이다.

◆엔비디아가 먼저 제휴 제안

SK텔레콤은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두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만나 자율주행차 플랫폼 개발과 관련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11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의 회동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SK텔레콤은 AI의 핵심 연료인 데이터를, 엔비디아는 이를 분석할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번 제휴가 두 회사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CEO의 인연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CES)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시회장에서 SK텔레콤의 5세대(5G) 통신기술과 T맵에 대해 들은 황 CEO는 “우리가 도와줄테니 T맵을 HD급으로 제작해보자”고 제의했다. “한국에서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첫 뉴스 케이스를 만들어보자”는 얘기가 오간 것도 이 자리에서다.

크기가 25㎝ 이하인 사물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HD급 3차원 초정밀 지도는 자율주행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카메라나 센서가 감지하지 못하는 위험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자율주행차의 안전도를 높이기 위해선 카메라를 보조할 초정밀 지도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엔비디아의 AI 지도 제작 솔루션(Mapworks)을 활용해 한국 주요 도로의 3차원 초정밀 지도를 제작할 예정이다. AI 솔루션을 활용하면 수작업에 의존하던 지도 제작 과정이 한층 수월해진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은 2019년까지 국내 주요 도로 7000㎞ 구간을 HD맵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자동차를 AI 기기 허브로

두 회사가 협업하는 또 다른 분야는 자율주행차의 ‘두뇌’에 해당하는 자율주행 플랫폼이다. 여러 센서와 카메라, 관제센터, 초정밀 지도, 주변 차량 등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종합 분석해 가장 안전하고 빠른 경로를 찾아내는 게 이 플랫폼의 역할이다. SK텔레콤은 T맵을 통해 교통상황과 날씨 사고상황 등을 반영해 5분 단위로 경로를 재설정해주는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SK텔레콤을 제휴 파트너로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초당 20기가비트(Gbps) 이상의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5G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과 관련된 정보를 주고받으려면 대량의 데이터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통신 기술이 필요하다. SK텔레콤 관계자는 “5G의 강점은 반응 속도에 있다”며 “5G 기술을 활용하면 시속 100㎞로 달리는 차가 0.03m 움직일 때마다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지만 LTE망에선 0.83m를 이동한 다음에야 새로운 정보를 수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이번 제휴를 계기로 차량을 휴대폰에 이은 제2의 AI 허브로 만드는 작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자동차에 T맵은 물론 AI 음성비서인 ‘누구’, 동영상 플랫폼인 ‘옥수수’ 등을 넣겠다는 구상이다. 박 사장은 “자율주행이 현실화되면 차 안에 있는 운전자가 할 일이 없어진다”며 “AI비서와 얘기를 나누면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너제이=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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