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레이디스챔피언십 11언더파 우승
연장전 2전 전패 아픔 씻고 KLPGA 첫 우승컵 '감격'
"18홀 내내 스코어 보지 않고 경기 몰두해 우승한지도 몰라"
김자영, 1타차 공동 2위 '부활샷'
[ 이관우 기자 ]
“제가 우승이라고요?”
마지막 18번홀(파4) 1m짜리 파 퍼팅이 홀컵 앞에서 멈춰서자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깡순이’ 김지영(21·올포유)이다. 보기로 홀아웃한 그는 갤러리의 환호가 터지고 동료들이 축하해주기 위해 달려오고 나서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실감한 듯 캐디와 뒤늦게 포옹했다. 김지영은 “파를 지켜야 우승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믿어지지 않는다”며 기뻐했다.
◆연장 2연패 아픔 싹~
‘장타소녀’ 김지영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생애 첫 승 감격을 누렸다. 14일 경기 용인 수원골프장(파72·6494야드)에서 열린 NH투자증권레이디스챔피언십에서다. 그는 이날 최종일 3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최종 합계 11언더파 205타로 정상에 올랐다. 우승상금은 1억4000만원. 5000만원 상당의 항공권도 부상으로 받았다.
이번 우승으로 연장전 2전 전패의 아픈 기억도 깨끗이 씻어냈다. 김지영은 루키였던 지난해 삼천리투게더오픈에서 ‘남달라’ 박성현(24·KEB하나은행)과의 연장전에서 패했고, 메이저대회인 이수그룹챔피언십에서는 배선우(22·삼천리)에게 져 첫 승 기회를 날렸다. 삼천리투게더오픈에서는 짧은 거리 파퍼트를 남긴 박성현의 마커를 집어 올리는 ‘컨시드’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김지영은 이날 2라운드 단독 선두 최혜정에게 1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했다. 경기는 10명이 1타 차 안에서 우승경쟁을 벌일 만큼 치열했다. 한때 7명이 공동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승부의 분수령이 된 것은 13번홀(파3). 5m짜리 까다로운 옆경사 퍼트를 홀컵에 굴려 넣은 김지영이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파세이브를 한 15번홀(파4)도 컸다. 공동선두로 아슬아슬한 우승경쟁을 펼치던 이지현2(21·문영그룹)가 보기를 범하며 뒤처지기 시작한 것이다.
17번홀(파5)에서 잡은 극적인 칩인 버디가 승부를 갈랐다. 세 번째 어프로치 샷을 왼쪽으로 당겨 친 김지영은 20m 떨어진 그린 러프에서 공을 홀컵으로 굴려 넣었다.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파 세이브도 쉽지 않았을 정도로 강한 칩샷이었다. 그러는 사이 이날 초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며 질주하던 김민선(22·CJ오쇼핑)은 13번홀부터 4홀 연속 보기를 범하며 맥없이 무너졌다.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넘버2’
김지영은 투어 2년차지만 거침없는 샷으로 팬층이 넓다. 티샷이든 퍼팅이든 어드레스한 뒤 타깃을 두어 번 본 후 곧바로 스트로크나 스윙에 들어가는 ‘사이다샷’이 인기다. 게다가 투어 3위(평균 261.65야드)의 ‘장타’를 보유하고 있어 박성현의 계보를 이을 것이란 평도 나온다.
주변에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경기에만 몰두하는 집중력도 강하다. 그는 “18홀 내내 스코어를 보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우승한지도 몰랐던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펼치던 이지현을 비롯해 김지현2(25·한화), 김자영2(26·AB&I)가 10언더파 206타로 공동 2위에 올랐다. 2012년 이 대회 우승자인 김자영은 5년 만에 우승경쟁에 가세하며 부활 가능성을 확인했다. 김자영은 그 해 3승을 올리며 다승왕을 차지했지만 그동안 승수를 쌓지 못했다. 이날 단독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최혜정(26)은 1타를 잃어 공동 5위(9언더파 207타)로 대회를 마쳤다.
이날 1위부터 5위까지 차지한 모든 선수가 이름 뒤에 숫자 2를 붙이고 있어 갤러리들은 ‘넘버 2의 반란’이라 부르며 즐거워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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