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플레이어스챔피언십 3R
7언더파 4위 '물오른 샷'…선두에 2타차 바짝 추격
"가르시아·왕정훈 처럼 …"
퍼팅그립 바꿔 우승 '정조준'
[ 이관우 기자 ] “퍼팅만 좀 잘했으면….”
‘영건’ 김시우(22·CJ대한통운)는 자신의 스윙에 별 불만이 없다. 드라이버 비거리는 마음만 먹으면 300야드쯤은 거뜬하다. 필요할 때 필요한 거리만큼 때리면 된다. 아이언도 연습량을 늘리면 50%대인 그린 적중률을 70%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문제는 퍼팅이다. “스트로크뿐만 아니라 그린 굴곡을 읽는 능력이 떨어지고, 거리감 맞추기가 너무 어렵다”는 게 그의 말이다. 한 번 감을 잃으면 되살리기가 쉽지 않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지난해 8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생애 첫 승을 가져다준 윈덤챔피언십 때의 퍼팅감이 요즘 들어 더 아쉬운 이유다. 당시 절정에 달한 그의 퍼팅 능력은 올 시즌 182위로 뚝 떨어졌다.
고육지책으로 바꾼 게 ‘집게그립(claw grip)’이다. 퍼팅으로 속을 썩던 왕정훈(22)과 마스터스 챔피언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가 효험을 본 그 그립이다. 지난달 말 발레로텍사스오픈 때 처음 잡아봤으니 아직은 실험 중인 셈이다.
일단 우승 가능성은 확인했다. PGA투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다.
김시우는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 TPC 스타디움 코스(파72·7215야드)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쳤다. 보기는 한 개로 틀어막고 버디 5개를 솎아냈다. 1라운드 3언더파, 2라운드 이븐파를 합해 7언더파다. 공동 선두 JB 홈스(미국), 카일 스탠리(미국)와는 2타 차에 불과하다.
퍼팅과 어프로치가 다 좋았다. 2번홀(파5)에서 까다로운 3m짜리 버디퍼팅을 밀어넣었고 9번홀(파5)에선 어프로치로 홀컵에 붙여 버디를 낚았다. 10번홀(파4)에선 7m짜리 칩샷을 그린 러프에서 굴려 홀컵에 꽂아넣었다. 짧은 파4홀인 12번홀에선 티샷한 공이 그린 우측 나무 밑동에 맞고 그린으로 튄 덕에 행운의 버디를 챙겼다.
퍼팅이 좋아지자 스윙에도 자신감이 확 붙었다. 14번홀(파4)에서 그는 268야드짜리 두 번째 샷을 드라이버로 쳐 공을 그린에 올려 파를 지켰다. 드라이버로 두 번째 샷을 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스윙에 확신이 있다는 얘기다.
16번홀(파4)에서 두 번째 하이브리드 샷이 워터 해저드에 빠지면서 보기를 내주긴 했지만, 곧바로 이어진 17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내 균형을 맞췄다. 날카로운 아이언샷이 빛을 발했다. 연못 한가운데 떠 있는 17번홀은 ‘물귀신 홀’이란 악명이 붙어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3라운드까지 57개의 공을 삼켰다. 2008년 이후 가장 많은 공이 물에 빠졌다. 김시우는 “부담 없이 경기했다”며 “결과에 상관없이 내 경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승열(26·나이키)도 선전했다. 3라운드 중간합계 1오버파 공동 31위다. 강성훈(30)도 이븐파 공동 44위에 올라 있어 상위권 진입이 가능하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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