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함께하는 라이프디자인 <198> 자녀에게 기댄 노후설계, 이젠 꿈 깨야

입력 2017-05-14 14:44
가족 형태가 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조부모, 자녀, 손주가 함께 사는 3세대 가족은 1985년에 전체 가구의 15%였지만, 그 비중이 계속 줄고 있다. 올해 3세대 가구 비율은 5.1%에 불과하다. 부모와 미혼 자녀가 함께 사는 가구도 52.8%에서 30.4%로 급감했다.

반면 1인 가구는 6.9%에서 28.5%까지 4배 이상 늘었고, 부부 가구도 7.1%에서 16%로 급증했다. 올해 기준으로 1인 가구와 부부 가구는 전체 가구의 44.5%를 차지한다. 가족 형태의 변화는 젊은 층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 독거 노인과 고령 부부 가구가 늘어난 결과다.

핵가족화와 고령화가 더 심해지면 한국 사회에는 어떤 문제들이 생길까. 고령화가 한국보다 20여년 빨리 진행된 일본의 경험을 살펴보자.

일본은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가족 형태가 바뀌면서 라이프 스타일이 가족 중심에서 개인·부부 중심으로 변했다. 늦은 나이에 결혼하는 만혼족(族)과 결혼하지 않는 비혼족(族)이 늘었으며 저출산도 보편화됐다.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청년층의 생각은 크게 줄었고, 맞벌이 등 바쁜 일상으로 부모 세대와의 교류가 줄면서 가족관계는 소원해졌다.

그 결과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커진 고령 부부가 자녀에게 기대지 못하고 기초생활 수급 신청을 하는 일이 늘었다. 고령자가 물건을 훔치는 범죄가 증가하면서 최근에는 감옥이 고령 수감자로 꽉 차는 ‘요양원화’ 현상도 나타났다. 돌보는 가족이 없다 보니 고독사가 빈번해졌고, 외로움과 경제적·육체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자살하는 고령자도 매년 1만명을 넘어섰다. 자녀가 없는 중산층이 노후에 의료비 과다 지출로 파산에 직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일본의 얘기일 뿐이라고 간단히 넘길 문제가 아니다. 고령화라는 거대한 조류 앞에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가족은 고령사회의 안전망으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나이 든 노인에게 가족은 정서적 지지를 넘어 거동이 불편할 때 나를 돌봐주고 경제적 어려움도 해결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족이 변화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고령사회를 사는 중장년층은 이런 가족의 역할 변화를 감안해 노후를 설계하고 준비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가족 형태 변화의 트렌드는 어느 날 갑자기 바뀌기 어려운 만큼 더욱 체계적인 노후준비가 선행돼야 한다.

류재광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