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유통 규제를 대폭 강화할 태세여서 유통업계가 바짝 얼어붙었다.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복합쇼핑몰도 ‘대규모 점포’(매장 3000㎡ 이상 점포집단)로 간주해 대형마트 수준으로 영업을 규제한다는 방침을 내놨기 때문이다. 도시계획 단계부터 입지를 제한하고 월 2회 공휴일 의무휴업을 도입하며, 영업시간도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속속 들어서고 있는 아울렛도 규제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유통업계를 겨눈 정치권의 규제 칼날이 이 정도로 멈출 것 같지도 않다. 국회에는 유통 대기업을 겨냥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23건이나 발의돼 있다. 마트 의무휴업 월 4회, 백화점과 면세점도 의무휴업 대상 포함, 점포 개설 허가제 시행, 출점 시 지역협력계획서 첨부 의무화 등까지 담고 있다. 공약과 법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유통회사들의 신규 출점이 막히는 건 물론 매출 타격도 불가피하다.
정치권이 대형 유통업체들을 이렇게 압박하는 것은 ‘영세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서다. 문제는 접근방법이다. 규제를 확대하기에 앞서 기존 규제의 효과, 시장과 소비패턴 변화, 소비자 편익 등을 면밀히 따져보았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의무휴업을 도입한 지난 5년간 대형마트들이 매출에 타격을 받았지만, 전통시장의 상인들도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반면 온라인몰 거래액은 2014년 45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65조6200억원으로 급증했다. “눈에 보이는 대형점포가 문을 닫기만 하면 자영업이 살아날 것”이라는 발상이 얼마나 짧은 생각이었는지를 보여준다.
휴일이면 가족·친구·연인끼리 복합쇼핑몰을 찾아 영화도 보고 외식도 하고 쇼핑도 하는 게 시민들의 일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어떤 명분에서건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도록 강제하는 건 온당하지 않다. 더욱이 복합쇼핑몰 한 곳은 줄잡아 1000명을 고용하는데,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면서 정부가 앞장서 일자리를 막는 것은 모순이지 않은가. 납품 중소기업 피해에다 내수소비 위축을 부를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