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로 쇼크?…무서운 '봄 손님' 아나필락시스 조심하세요

입력 2017-05-12 17:56
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 나들이 잦은 봄철 중증 알레르기

다양한 원인물질
땅콩·게·새우·계란 등 섭취하거나 약물이나 개미·벌에 쏘여도 발병
입안이 부풀어 오르는 등 발진, 심장·뇌 질환 있다면 장기 손상도

항원 찾는게 우선
어지럼 등 증상 나타나면 혈압 높이고 기도 확보가 중요
완치됐더라도 재발 확률 높아…에피네프린 등 응급약 챙겨야


[ 이지현 기자 ] 따뜻한 날씨에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때다. 꽃 구경을 하기 위해 등산을 가는 사람도 많다. 급성 쇼크 증상으로 병원 응급실을 찾는 사람도 늘어난다. 꽃이 피며 활동을 시작한 벌에 쏘여 급성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꽃, 벌 독, 곤충뿐만이 아니다. 약물 알레르기 반응으로 쇼크가 생기기도 한다.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하기 위해 몸에 투여하는 조영제도 아나필락시스를 유발하는 물질 중 하나다. 아나필락시스의 원인과 증상, 대처법 등을 알아봤다.


미국서는 한 해 200명 사망

알레르기(allergy)는 그리스어인 ‘변형되다(allos)’에서 파생한 단어다. 우리 몸이 외부 물질에 의해 변화된 반응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아나필락시스는 외부 원인 물질에 노출된 뒤 짧은 시간에 여러 장기에 급격한 증상이 생기는 것이다. 전신적인 중증 알레르기 질환으로 불린다. 증상이 나타난 뒤 즉각 처치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한국인보다 알레르기 질환이 많은 미국에서는 한 해 200명 정도의 알레르기 환자가 아나필락시스로 사망한다.

아나필락시스 원인 물질은 식품 약물 곤충 등 다양하다. 식품 중에는 땅콩 게 새우 생선류 우유 달걀 과일 메밀 콩 밀 등이 대표적인 원인 물질이다. 약물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해열진통제, 항생제, 조영제 등도 원인 물질이다. 꽃이 피는 봄에 많은 벌이나 개미도 예외는 아니다. 급격한 온도 변화와 운동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음식물 의존성, 운동 유발성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음식물을 섭취한 뒤 2~4시간 안에 운동할 때 발생하기도 한다.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거나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일도 있다. 국내 아나필락시스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12년 1만1578명이던 환자는 지난해 1만7415명으로 증가했다.

알레르기 물질이나 특정 자극에 노출된 뒤 즉시 혹은 수십 분 안에 증상이 나타나면 아나필락시스를 의심할 수 있다. 알레르기 증상은 원인 물질과 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가려움, 발진, 입술이나 혀 등 입안이 부풀어 오르는 피부 증상이 가장 흔하다. 증상이 나타난 뒤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합병증 없이 회복되지만 심장이나 뇌에 질환이 있으면 심한 저혈압으로 장기 손상이 생길 수 있다. 혈관부종, 호흡 곤란, 어지럼, 쇼크 등의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심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급성 증상이 생기면 응급조치를 해 혈압을 높이고 기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소를 공급하고 에피네프린, 천식완화제, 스테로이드, 항히스타민제 등을 투여한다. 김주영 고려대 안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일상생활에서 알레르기 쇼크는 생각보다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아무리 소량이라도 알레르기 원인물질에 노출되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외식을 하거나 낯선 음식을 먹을 때 음식 주성분을 잘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원인물질 확인하는 것이 중요

알레르기 반응은 몸의 면역체계가 꽃가루 등 흡입항원이나 음식물 약물 등 외부에서 들어온 알레르기 물질과 자극 등에 반응해 과도한 면역반응을 나타내는 것이다. 알레르기 비염, 결막염, 천식, 아나필락시스, 아토피 피부염 등 알레르기 질환이 있으면 정확히 어떤 원인 물질이나 자극 때문에 생겼는지 검사해 이를 피하도록 환경을 관리해야 한다.

이용원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대기 중에 꽃가루 등이 많이 날리거나 미세먼지가 많은 계절에는 노출을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알레르기염, 결막염이나 천식 등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 악화를 예방하는 데 중요하다”고 했다.

어떤 물질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알레르기를 일으킨 것으로 의심된 물질을 이용해 피부반응검사를 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의심되는 물질을 증상이 생긴 방법과 동일하게 환자에게 재차 노출시키는 방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아나필락시스는 단백질 효소 검사 등으로 진단한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요인에 노출되면 면역글로불린(IgE) 항체가 생긴다. 면역반응을 일으킨 알레르기 물질이 다시 몸속에 들어오면 염증세포 표면에 붙어있던 IgE와 결합하면서 비만세포가 활성화돼 방출된다.

벌 독, 약물 등으로 인해 비만세포가 활성화되면 히스타민과 트립타제 등 염증성 물질이 주변 조직이나 혈액으로 나온다. 이로 인해 아나필락시스 같은 급성 전신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다. 증상이 생긴 시점의 트립타제 수치와 평상시 기본 수치를 비교하면 아나필락시스를 진단할 수 있다.

권애린 녹십자의료재단 진단검사의학부 전문의는 “알레르기 질환 중 하나인 아나필락시스는 즉각적인 치료가 중요하다”며 “응급처치가 잘 됐더라도 이후 원인 물질에 재노출되면 재발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그는 “이뮤노캡 트립타제 검사로 아나필락시스를 다른 비슷한 알레르기 질환과 제대로 감별하면 적절히 치료하고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질환 있으면 응급 주사기 휴대해야

원인 물질을 알고 노출 환경을 막아도 알레르기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적절한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 벌에 의한 아나필락시스가 있으면 벌 독을 이용해 면역 치료를 하기도 한다. 필요에 따라 자신의 증상 원인을 메모해 휴대하거나 목에 걸고 다니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심한 증상이 자주 생긴다면 증상이 생겼을 때 즉시 혈압을 높일 수 있는 에피네프린 주사기를 휴대하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음식이나 약물을 먹었을 때 두드러기, 호흡 곤란, 쌕쌕거림, 어지러운 증상이 있거나 운동 중이나 후에 가슴이 답답하고 두드러기가 나는 등의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원인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여행 시 휴대용 에피네프린을 처방받은 뒤 소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응급처치로 증상이 일시적으로 좋아지더라도 재발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평소 응급상황에 대비해 행동요령을 숙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김주영 고려대 안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이용원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권애린 녹십자의료재단 진단검사의학부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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