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포트
최초 치료제 '하티셀그램', 판매부진 탓 행정처분 위기
기초연구 지원책도 제각각…미국·중국에 연구건수 추월 당해
"특성에 맞는 세제혜택 필요"
[ 김근희 기자 ]
줄기세포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우리 몸의 기관이나 장기를 다시 만들고 파킨슨병, 암, 당뇨병까지 치료할 수 있는 ‘꿈의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줄기세포치료제 시장에선 한국이 선두권이다. 하지만 줄기세포치료제가 아직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탓에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미국 중국 등이 연구개발(R&D)을 강화하면서 한국을 앞서기 시작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고군분투’ 韓 줄기세포치료제
세계적으로 허가된 줄기세포치료제는 모두 7개다. 그 가운데 4개가 한국 제품이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아직 뜨뜻미지근하다. 기존에 없던 의약품이다 보니 보수적인 의료계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가격이 비싼 것도 단점이다. 1회 주사 가격이 2000만원을 웃돈다. 세포가 살아있는 치료제인 탓에 보관 기간이 불과 3일 안팎인 것도 걸림돌이다. 기술적으로 대량 생산이 어렵다보니 생산단가를 낮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 줄기세포치료제 업체들의 성과는 엇갈린다. 파미셀이 2011년 출시한 세계 최초의 줄기세포치료제 ‘하티셀그램’은 행정처분 위기에 놓였다. 판매 부진 탓에 의약품 허가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서다. 출시 후 6년 동안 600건 이상의 심근경색 치료 결과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판매된 약은 이에 턱없이 모자란다.
업계에서는 다음달 30일 재심사에서 하티셀그램 판매정지 등 행정조치가 내려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메디포스트의 퇴행성 관절염 줄기세포치료제 ‘카티스템’은 2012년 출시 이후 누적 5000례를 달성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속도 내는 美·中
미국, 유럽, 일본 등은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이다. 2013년 400억달러였던 세계 줄기세포치료제 시장은 내년 1177억달러로 커지는 등 시장 전망이 밝아서다.
일본 정부는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미국은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 제한을 폐지한 데 이어 임상시험까지 승인했다.
중국 정부는 2년 전 줄기세포치료제 관련 지침을 만드는 등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생명윤리법 등으로 세포치료제 연구마저 엄격히 규제하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결과는 신규 임상시험 건수로 나타났다. 지난해 줄기세포치료제 신규 임상 건수는 중국 8건, 한국 5건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규제 등의 영향으로 연구 분야에선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맞춤형 지원 절실”
국내 줄기세포치료제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기초연구 강화는 물론 줄기세포치료제 특성에 맞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줄기세포치료제 가격이 비싸 환자들이 엄두를 내기 어렵지만 보험급여 적용을 받는 것은 안트로젠의 큐피스템이 유일하다.
김경숙 코아스템 대표는 “식약처에서는 신약에 준하는 기준으로 품목허가를 받으라 했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줄기세포치료제를 별도의 세포치료제로 분류하는 등 부처마다 기준이 제각각”이라며 “분류 기준이 달라져 신약이 받을 수 있는 세제혜택을 못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근희 기자 tkfcka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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